佛 입양의 아픈 기억 담은 영화 들고 모국으로

'여행자'의 우니 르콩트 감독

9세 때 프랑스로 입양된 소녀가 34년 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들고 한국에 돌아왔다. 자신의 삶을 담은 영화 '여행자'를 한국 관객 앞에 공개하던 지난 16일 시사회에서 영화를 소개하던 한국계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 감독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눈시울은 붉어졌다. 서울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르콩트 감독과 인터뷰하는 데는 프랑스어 통역이 필요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는 영어로 해서 일하는 데 별 지장이 없었지만 일상적 인간관계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르콩트 감독은 "한국 개봉이 이 영화가 지나온 모험의 끝이자 시작"이라며 "이제 영화가 내 손을 떠나 관객의 몫이 됐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여행자'는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9세 소녀 진희가 프랑스로 입양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진희가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과정을 묵묵히 보여준다. 영화는 1970년대 한국의 모습과 정서를 놀라울 정도로 잘 살려냈다. 화투 점을 보는 아이들이나 '당신은 모르실 거야'를 부르는 진희의 모습 등이 그렇다. 르콩트 감독은 "초안은 내가 썼지만 제작을 맡은 이창동 감독과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하며 영화적 긴장감 등을 살렸다"며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의상담당으로 일한 적이 있어 배우들의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의상의 재질ㆍ모양ㆍ색감 등에 신경을 많이 썼더니 '놈놈놈' 등 큰 영화에서 일했던 의상담당자가 '지금까지 일해본 것 중 가장 까다로웠다'고 하더라. 나 때문에 많이 괴로웠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국 제작진의 열정과 적극성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르콩트 감독은 "한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조가 프랑스만큼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배우로도 활약한 적이 있는 르콩트 감독은 "배우보다 감독이 훨씬 더 잘 맞는 것 같다"며 "유명한 사람과 함께 일하기보다 새로운 얼굴을 계속 발굴해서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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