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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노사갈등의 대명사로 불렸던 한진중공업이 이같은 악순환을 끊고 부산 대표기업으로서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섰다. 노사가 갈등보다는 협력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이를 통해 회사와 직원 모두가 윈윈하자는 데 한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20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1일 터키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벌크선의 강재(철판) 절단식을 개최했다. 강재 절단식은 선박 건조를 위해 철판을 자르는 행사로 본격적인 선박 건조작업에 돌입하는 첫 단계이다. 방산을 비롯한 특수선 부문은 지속적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선박 건조도 진행돼 왔지만, 영도조선소에서 상선 건조가 재개되는 건 지난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강재절단식에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취임 첫날 첫 공식행사로 참석할 정도로 영도조선소의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은 시민들의 관심사였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이번에 건조를 시작한 선박에 이어 오는 10월 지난해 수주한 유연탄운반선에 대한 건조작업까지 들어가게 되면 한층 더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지난해 벌크선 11척을 포함해 총 15척의 선박을 수주한 영도조선소는 올해도 벌크선, 액화천연가스(LNG)벙커링선 등 2억2,000만 달러의 수주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LNG벙커링선은 해상에서 별도의 접안지원선 없이 5,000㎥의 액화천연가스를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선박으로 세계에서 처음 발주됐다.
이와 함께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도 올해 들어 5억6,000만 달러 규모의 선박 6척을 수주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집계한 자료에서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 순위 10위까지 오른 수빅조선소는 협소한 부지의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하지 못하는 대형 선박 위주의 수주행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끊임없는 노사갈등으로 회생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받았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예전 모습으로 재도약한 데는 노사가 조선소를 되살리기 위해 힘을 합친 덕분이다.
회사측은 발 벗고 물량 수주에 나섰고, 노조도 "납기와 품질을 보장하겠다"는 호소문까지 내며 힘을 보탠 결과다. 이처럼 조선소 정상화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휴직했던 직원 중 80여 명이 돌아왔고, 나머지 200여 명도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고효율 생산시스템으로 구축된 수빅조선소를 전 세계 어느 조선소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초대형 상선/플랜트 부문 핵심사업장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며" 시설 현대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로 중형상선 및 특수목적선 생산에 집중하는 이원화를 통해 세계적 조선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부산=곽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