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안건을 국회에서 곧바로 재심의 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진데 이게 말이 됩니까(SK㈜ 노조 조합원 박모씨)”“자신들의 규약조차 부정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네(한국노총의 한 간부).”
SK㈜ 노동조합이 지난 20일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바꾸는 안건에 대한 총투표 결과가 나온 뒤 노동계가 보인 반응이다. 투표결과는 투표자의 64%가 찬성, 과반수는 넘었지만 “상급단체를 변경하기 위한 운영규약 개정은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 `상급단체 변경안`은 결국 총투표에서 부결된 것이다.
하지만 SK㈜노조 지도부는 운영규약을 애써 외면한 채 “절반 이상의 조합원이 민주노총을 원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조만간 대의원대회를 개최, 대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상급단체 변경을 최종승인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급단체 변경이 현 노조집행부의 공약사항이었던 만큼 어떻게 든 이행하고 싶을 수 있다. 또 64%의 찬성율은 결코 낮은 지지율이 아니다. 특히 SK글로벌 사태 이후 경영참여 등을 놓고 사측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노조 입장에서 강력한 지원을 예고하는 민주노총과의 연대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듯 싶다.
그럼에도 SK㈜ 노조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총회`성격의 총투표 결과를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것은 옳지 않다. 노조지도부가 `한국노총 탈퇴, 민주노총 가입`을 선언한 현 시점에도 SK㈜노조에 헌법이랄 수 있는 `운영규약`에는 “본 조합의 명칭은 한국노총 전국화학연맹 SK㈜ 노동조합이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대외적으론 더욱 우스워 진다. 노동계에서 조차 “지도부가 사문화 시킨 운영규약이 앞으로 지켜질 지 의문”이라고 수근대는 마당이니 재계에선 얼마나 노조의 무원칙함에 대해 비웃을 것인가. 목적이 옳더라도 수단과 절차가 바르지 않아 역풍을 맞은 예는 수없이 많았다. SK㈜ 노조지도부는 설사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마땅히 규약을 준수하는 정도(正道)를 택해야 하지 않을까.
<손철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