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들이 극장가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이 지난 21일 개봉했고,‘비념’은 내달 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슬’은 28일까지 누적관객 4만4,685명을 동원하며 독립영화 흥행기준인 1만명을 정식 개봉 전에 이미 넘어섰다.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비념’또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제주 4.3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방식은 각각 다르다.
‘지슬’은 극영화를 빌어 43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담았다. 반면 ‘비념’은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제주 43사건으로 인해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고통받고 있는 강상희 할머니의 개인사에서 출발해 지금은 잊혀져가는 제주 43사건이 실재했고, 지금도 이어지는 역사임을 전한다. 또한 4.3사건에서 강정 마을까지 이야기를 확대 시켜 제주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낸다.
또 ‘지슬’의 오멸 감독은 제주 출신이고 ‘비념’의 임흥순 감독은 제주에 연고조차 없는 서울사람이다. 오멸 감독이 진짜 제주의 얼굴을 아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반면 임흥순 감독은 제주가 관광지인줄로만 알던 바깥 사람의 시선에서 제주를 관찰한다. 한편 이 두 감독은 모두 미술 전공자인데 오멸 감독은 한국화, 임흥순 감독은 서양화를 각각 전공했다. 그들의 전공 성향은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오멸 감독이 흑백영화로 연출한 ‘지슬’은 수묵화를 보는듯하며, 임흥순 감독의‘비념’에는 바람 부는 풍경, 사물의 움직임, 곤충과 동물들에 은유와 상징을 담아 제주의 쓸쓸함을 다채롭고 매혹적으로 담았다.
‘지슬’과 ‘비념’은 각기 다른 장르와 형식으로 연출됐지만 이 두 영화 모두 제주와 제주 사람들을 위로하고 타인에 대한 ‘연민’과 죽은 자에 대한 ‘애도’가 정성스럽게 표현됐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