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 기대… 변별력 약화 등 부작용도

중고생 성적 절대평가제 도입 급물살… 입시 영향은
올 외고·과학고 입시서 첫 반영… 2018년 수능 영어도 적용할 듯
상대적으로 1등급 받기 쉽지만 상위 학교 학생 선발 혼란 야기
면접 등 기타 사교육 범람 우려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학전형의 학생 평가방식이 비교집단 내의 상대적 서열을 비교하는 '상대평가'에서 성취 기준에 도달한 정도를 평가하는 '절대평가'로 최근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1년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기존의 석차등급제 대신 성취평가제가 도입된 데 따른 것으로 올해 고교입시를 시작으로 대학입시에서도 순차적으로 반영되며 학생 평가방식의 대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시험 부담 완화와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변별력 약화와 기타 과목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취평가제 도입에 따른 절대평가방식이란 쉽게 말해 90점 이상이면 '수'를 얻고 80점 이상이면 '우'로 표기되던 이전 시절의 '수우미양가' 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현재 내신성적 등의 석차 산출은 전교생 재적 수를 기준으로 학생들을 등수상으로 줄을 세워 백분율을 내는 '석차등급제'상의 상대평가를 따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평가의 경우 표본집단이 전국으로 커져 응시생 중 상위 4%에 들어야 1등급을 얻는다.

하지만 평가방식이 이 같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시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얻은 경우 도달한 학생 수에 관계없이 모두 1등급을 얻는 게 가능해진다. 1등급을 얻기가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지는 셈이다. 다만 교육부는 국제적 통용성과 상위 학교와의 연계, 평가 단계의 세분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수우미양가' 대신 'A~F'의 알파벳으로 성적을 표기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성취평가제는 올해 중학교 3학년생들이 치르는 고교입시에서 처음으로 반영된다. 올해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15학년도 고교입학전형에서 외국어고와 과학고 입시의 내신 반영 기준은 중3 성적의 경우 기존의 상대평가방식을 따르지만 중2 성적은 절대평가방식으로 내신에 반영하게 된다.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는 2016학년도 고교입학전형부터는 중2와 중3 내신성적 모두 절대평가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평가과목은 외고의 경우 영어, 과학고의 경우 수학·과학 과목이다.

대학입시에서 상대평가는 내신성적에 앞서 수학능력시험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교육부는 그간 수능에서 배제되며 고교 과정에서 소홀히 여겨진다고 평가돼온 한국사 과목을 현재 고1 학생들이 치르는 2017학년도 입시에서부터 부활시키면서 백분율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방식을 도입할 것이라 밝혔다.

이와 함께 수능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도 최근 들어 심도 있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최근 국책연구기관들이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과 관련한 포럼을 잇달아 개최하며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정부의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22일 '수능 영어영역 절대평가 도입 방안 탐색'을 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지난달 15일과 24일에는 한국교육개발원이 서울과 대전에서 '수능 영어 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3월 "수능에서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한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학교생활기록부상 고교 내신성적의 경우 2018학년도까지 절대평가 도입을 유예하고 기존의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그러나 입시에 반영이 안 될 뿐 고교 내 평가방식은 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이미 절대평가 추세를 따르고 있다. 수능 영어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이 2018년도를 기점으로 검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신성적의 절대평가 반영 역시 현실화 추세를 따르게 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시각이다.

입시 평가 기준을 석차등급제에서 성취평가제로 전환하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사교육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또한 학생 각자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창의·인성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을 선택교육과정으로 편성, 대학입시와 연결 짓는다는 '2009 개정 교육과정 도입'과도 맞물린 조치다.

강규한 국민대 영문과 교수는 "대입전형에서 수능의 비중을 약화시키는 대신 다양한 요소가 활용되면 학교 현장에서 창의·인성교육을 확산시키고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향후 10년 내에 고교 졸업자 수가 10만명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어느 한 학생도 놓치지 않고 적성과 소질을 개발해줄 수 있는 교육 체제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시에 절대평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학생 간 평가에서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상위 학교의 학생 선발에 혼란이 야기되는데다 학생들에게 후한 등급을 주기 위한 학교 시험의 하향평준화 추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 사교육의 개입 여지가 커지는 각종 비교과 과목의 비중이 높아지고 해당 과목 외 기타 과목의 사교육이 더욱 범람하는 '풍선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입시교육업체인 하늘교육이 전국 3,243개 중학교 중3 학생들의 중2 성적을 산출해본 결과 영어 내신에서 90점 이상 A 등급을 확보한 비율이 전체의 20.1%에 달하는 12만7,936명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 도입이 미리 예고돼온 현 중학교 3학년의 2학년 성적과 한 해 전 선배들의 2학년 성적을 비교한 결과 전국 중학교의 국어·영어·수학·과학 교과목의 평균점수가 모두 상승했다. 반면 국내 외고 선발인원은 2014학년도 6,673명에서 2015학년도에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여 입시 현장의 혼선을 예고하고 있다.

하늘교육 관계자는 "올해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입시에서는 학교 내신의 영향력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서류·면접의 비중이 강화돼 면접 대비용 사교육이 범람하거나 교과 외 성적 비중이 커지며 공교육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입시정보 선점자'의 수혜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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