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유출로 위기에 처한 인도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선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디아스포라(고국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교민)'의 달러를 동원하는 깜짝 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글로벌 은행들이 이에 화답하는 상품을 출시하며 인도 금융시장 안정 지원에 나섰다.
16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를 인용해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 DBS 등은 부유한 인도 교민의 달러를 모아 인도 본국에 예치하는 금융상품을 이번주 내 공식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라잔 총재는 최근 시중은행이 교민의 달러예금을 유치해 RBI에 예치할 경우 국제 기준금리인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보다 크게 높은 이자를 쳐주고 루피화로 환전할 때는 수수료를 대폭 깎아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RBI의 이번 정책을 활용하면 인도 교민은 최대 21%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글로벌 은행도 리보보다 4%포인트나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은행들의 상품 출시도 이에 연관된 것으로 자신들의 수익을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도 금융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도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타임스는 "정부 혹은 정책입안자 입장에서는 달러를 들여오기 위해 국채 등을 발행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는 환영할 만한 뉴스"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지난달 말 달러당 69루피까지 곤두박질쳤던 루피화 가치는 꾸준히 반등해 17일에는 달러당 63루피선에서 거래됐다.
다만 글로벌 은행의 이런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큰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글로벌 은행이 이 상품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은 8.5~9%선인데 현재 인도 국채수익률이 8.5%대로 엇비슷해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지원할지 불투명하다.
한편 미국의 출구전략 여부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하루 앞둔 17일 일본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대만 등 아시아 증시는 0.1~0.9% 안팎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