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5의 출고가를 80만원대로 낮추면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갤럭시S3 이후 갤럭시 시리즈의 출고가격이 2년 연속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출고가 하락은 제품 원가 하락에 따른 전략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수익이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는 대만 갤럭시S5 발표행사에서 16기가바이트(GB) 모델의 출고가격이 80만6,000원, 32GB모델은 84만원이라고 밝혔다. 갤럭시S4(89만9,800원)보다 10%가량 낮아졌다.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5S 32GB(94만6,000원)와 LG전자 G프로2(99만9,900원)보다 10만원 이상 싼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5의 가격이 내려가도 삼성전자의 수익에는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1ㆍ4분기 매출액이 54조2,323억원, 영업이익이 8조3,8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갤럭시S5 효과가 반영되는 2ㆍ4분기에는 매출액이 59조9,450억원, 영업이익이 9조2,964억원으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3ㆍ4분기는 매출액 61조1,375억원, 영업이익 9조8,020억원, 4ㆍ4분기에는 매출액 62조9,143억원, 영업이익 9조4,801억원이 예상된다.
판매량도 견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갤럭시S5가 2·4분기 1,600만대에서 1,800만대, 3·4분기에도 1,600만대가 팔려 연간 4,400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반기에도 갤럭시S5 효과가 유지된다는 평가다.
박강호 대신증권 IT팀장은 "갤럭시S5가 지문인식기능과 방수기능 등을 달며 스펙을 높였지만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은 갤럭시S4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가격은 갤럭시S4를 양산할 때보다 낮아진 상태기 때문에 출고가를 낮춰도 판매에 따른 수익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인하보다는 하반기 애플 아이폰6와의 경쟁이 삼성전자 수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증권사 IT 담당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가격을 내린 이유 중에는 하반기 애플 아이폰6의 수요를 미리 잡아먹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며 "애플이 기존보다 더 큰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면 삼성의 점유율이 상당 부분 뺏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도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일어나며 시장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시장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익을 보인다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130만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수익이 하락한다면 주가가 120만원대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