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게 국경이 없지만 전염병도 국경이 없어요. 한국의 의료 전문성과, 효과적 대응을 필요로 하는 인도주의 현장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고 합니다.”
국제 의료구호 비정부단체 ‘국경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MSF) 한국사무소의 티에리 코펜스(사진) 신임 사무총장이 기술과 열정을 지닌 한국인들이 MSF의 활동에 지원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MSF 한국 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벨기에 출신으로 1993년 부룬디에서 MSF 활동을 시작한 후 르완다, 우즈베키스탄, 아이티 등을 거쳤고 서울 부임 전에는 레바논에서 현장 책임자로 2년간 일했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헌신적이고 숙련된 인력이 있는 한국은 국제무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라며 “인도주의적 대응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한국 사회와 MSF가 더 많은 가치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끔찍한 전쟁을 겪었고, 불행히도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힘든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문제에 더 공감한다는 것이 내 경험”이라고 말했다.
MSF가 한국에 사무소를 연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12년이다. 국외 현장에서 활동한 한국인은 개소 이래 총 30명 남짓으로, MSF가 지난해에만 총 2,700여명의 활동가를 파견한 것을 감안하면 많지는 않다.
이에 대해 코펜스 사무총장은 “여전히 시작 단계이고, 천천히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내 의료기관들과의 파트너십 형성 등을 앞으로 해야 할 일로 꼽았다.
MSF는 1971년 프랑스 의사들과 언론인들이 설립한 이래 전세계 각종 분쟁과 재난 재해의 최전선에서 긴급 의료구호를 제공해 왔다. 지난해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전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와중에 13명의 직원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코펜스 사무총장은 “의사나 간호사의 치료를 받는 것은 환자들에게 존엄성의 문제”라며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를 갖지 못한,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사람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수천km 떨어진 위기 상황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의사들은 국경이 없지만, 전염병도 국경이 없다”고 답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주변을 상관하지 않고 외따로 살 수 있는 공간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눈을 감아버리고 벽을 쌓는다면 문제를 몇 주나 몇 달, 몇 년 동안 봉합할 수 있을 뿐 해결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노력과 에너지가 더 들지만 벽을 쌓는 대신 다리를 놓는 것만이 결국 유일한 해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