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을 잡고 기분좋게 대국을 시작한 유창혁. 그는 초반 좌상귀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두툼한 모양을 갖췄으나 중반전에서 결정적인 실착을 범해 승리가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마9단이 무엇인가에 홀린듯 연달아 끝내기를 너무 양보하는 바람에 행운의 반집승을 낚았다.이로써 유창혁은 지난해 슬럼프를 완전히 탈출했다. 현재 유창혁은 국내기전에서 「일지매」라는 별명에 걸맞게 호쾌한 바둑을 선보이면서 승승장구, 90 % 가까운 승률을 기록중이다. 더우기 이번 국제대회 우승으로 이창호의 그늘에서도 벗어났다.
유시훈7단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터졌다. 유시훈은 반집패의 악령에 씌여 제24기 일본 명인전 도전권 확보에 실패했다.
리그전적 6승1패로 도전권 확보에 가장 가까이 있던 유시훈은 최종국에서 왕리청9단에게 반집패했다. 5승2패로 유시훈의 뒤를 바짝 추격하던 고바야시 고이치9단과 요다 노리모토 9단은 다케미야 마사키 9단과 미무라 도모야쓰8단을 각각 3집반과 반집 차이로 눌렀다.
이로써 3명의 기사 모두 종합전적 6승2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3명이상이 동률을 이룰 경우 전년도 서열이 앞서는 기사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는 명인전 규정에 따라 유시훈은 탈락하고 말았다.
만약 유시훈이 왕리청에게 반집 차이로 패하지 않았다면 명인전 도전권을 따냈을 것. 한발 양보해 고바야시와 요다 중 한 사람만이라도 패했더라면 유시훈은 최소한 도전자 결정전이라도 진출했을 것이다.
반면 요다9단은 반집 덕을 톡톡히 봤다. 요다는 미무라8단을 반집으로 누르더니, 9일 열린 명인전 도전자 결정국에서도 고바야시9단을 흑으로 300수만에 반집으로 물리쳐 도전권을 쟁취했다. 현재 명인은 조치훈9단. 공교롭게도 조치훈에게서 본인방 타이틀을 빼앗아간 조선진9단은 요다9단과 동문이다. 명인전 도전1국은 9월 1·2일 일본 쿠마모토현에서 열린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