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에 다양성 부여를

수자원공사가 오는 7월부터 정부 투자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 지난해 7월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으나 이제 수자원공사가 근로자 희망에 따라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임금피크제’를 시행함에 따라 공공기관에도 본격적인 임금피크제 도입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실정에서 일자리 나누기의 한 형태인 임금피크제가 대안으로 거론된지는 오래다. 특히 2000년에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뒤 2019년에는 65세 노령인구가 14.4%인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고 출산율은 지난해 1.17명으로 급락해 앞으로 노인을 부양해야 할 생산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과거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베이비 붐이라는 ‘인구 보너스’가 이제 곧 ‘고령화의 덫’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앞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은 밝지 않다. 이미 지난 10여년 동안 경제활동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 증가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단적인 증거다. 더구나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나눠 산출하는 전산업 고용흡수력(고용탄성치)은 지난해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져 생산이 증가해도 고용은 도리어 줄어드는 저고용 구조가 정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선도의 책무가 중한 공공기관에서부터 임금피크제가 확산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고 보겠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유형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 만큼 현재 일반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임금감소형만이 유일한 방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자원공사의 경우 적용 1년차에는 전환 직전 총보수의 90%, 2년차에는 80%, 3년차에는 60%의 임금을 지급해 평균 76.7%를 보장하는 전형적인 임금감소형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인력구조조정의 성격을 가미한 새로운 임금피크제를 도입, 3단계의 문책성 직위까지 두고 마지막 해에도 실적 개선이 없으면 자동으로 퇴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조직마다 인적자원의 구성이 다르고 경영상태나 업무성격도 다른 만큼 임금피크제의 도입은 다양하게 응용할수록 보다 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가 경영실적이 좋은 기업에서까지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임금감소형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당초 임금보다 상승률만 낮추는 상승둔화형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다양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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