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경쟁력'을 구축하자] <2> '선택과 집중'+알파

'잘할수 있는 나만의 사업'에 올인
질레트, 브라운·듀라셀등 관련업체 인수 '시너지'
3M, 고객 요구·역량 맞춰 끊임없이 새 영역 발굴
유니레버 "돈되는 사업만" 브랜드 4분의1로 줄여




매일 아침마다 1억명 이상의 세계인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질레트 면도기. 전세계 일회용 면도기 시장의 82.3%를 차지하고 있는 질레트가 글로벌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과정에는 브라운(전기면도기)과 오랄비(고급칫솔) 등 성공적인 인수ㆍ합병(M&A)이 크게 기여했다. 이른바 ‘페이스(face) 비즈니스’라고 할 정도로 고집스러운 질레트의 사업 확장은 철저하게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됐다. 질레트의 글로벌 경쟁력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의 경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시대의 최대 생존전략”이라며 “기업의 사업 초점을 분명하게 한 곳에 맞추고 내부 자원을 여기에 집중 투자해야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나만의 사업을 찾아라”=질레트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위글리 껌박스에 면도기를 공짜로 끼워주는 이벤트를 펼쳤다. 당시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무료 샘플링’ 작전은 질레트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널리 각인시켰고 순식간에 해외매출만 30%를 웃도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지난 96년 인수한 배터리 회사 듀라셀의 인수도 질레트의 승부수였다. 전기면도기, 전기칫솔 등 새롭게 개발되는 질레트 제품의 성능은 고품질의 배터리에 좌우되는 만큼 배터리의 품질까지 책임지겠다는 복안이었다. 기존 제품의 품질 무결점주의가 낳은 듀라셀은 현재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글로벌 제품으로 급성장했다. 질레트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서도 ‘플러스 알파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우선 테스트 마켓을 선정해 작은 규모에서 점차 공략영역을 넓혀간다. 소비자의 요구가 수시로 바뀌는 제품구조상 질레트의 플러스 알파 시장 공략은 제품 혁신과 함께 질레트의 글로벌 경쟁력이 되고 있다. ◇무명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3M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글로벌 톱으로 우뚝 올라선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회사, 불경기일수록 오히려 주가와 순익이 올라가는 회사. 이는 3M의 강점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이다. 3M의 지속적인 성장에는 94년에 걸친 혁신과 3M만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3M은 굴뚝 기업임에도 첨단 IT기업 못지 않은 순발력을 가지고 있다. 테이프에서 의약품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3M은 소비자의 요구와 스스로의 역량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한다. 글로벌 기업의 사례에서 3M의 경쟁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M 성공의 이면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선택해 집중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3M의 이 같은 선택과 집중 경영은 불황일수록 더 부각되고 있다. ◇돈이 되는 사업만 품는다=글로벌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는 지난 1999년 취급브랜드만 무려 1,600개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직원들조차 자사 브랜드를 제대로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당시 경영진은 고심끝에 브랜드수를 과감하게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는 400여개에 불과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가 보이는, 돈이 될만한 브랜드만 키우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브랜드는 크게 줄었지만 수익은 과거와 거의 엇비슷한 수준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유니레버는 지난 2005년초 또다른 내부 구조 혁신에 착수했다. 파트리크 세스카우 회장은 사업 전반에 걸쳐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벌여 매출이 제대로 늘지 않거나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문을 없애버렸다. 뿐만 아니라 유니레버는 외부 컨설팅을 통해 인사나 재무, 정보통신 등 지원부서를 외부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회사를 새롭게 탄생시킨 셈이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무분별하게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한 기업들은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었다”며 정말로 위기에 강한 기업들은 오히려 순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경영을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은 이제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때문에 초우량 기업으로 살아 남자면 사업구조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핵심역량의 재편이라는 근본적 경영전략을 다시금 되새겨야할 때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별취재팀=정상범 팀장(산업부 차장)·이규진·이진우·김성수·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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