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거품으로 거품을 뺀다?

강동호 기자 <사회부>

서울의 고교 학군을 통폐합한다는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발언이 또다시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김 부총리가 학군 문제를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교육계는 ‘교육이 부동산대책의 하위 수단이냐’는 식으로 반발하는 분위기다. 사실 김 부총리가 교육 문제를 부동산 문제와 연결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 시절인 지난 2003년 5월 “강남의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교육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또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서울 강남의 과외수요를 분산시키려면 서울 강북 지역이나 새로 건설될 신도시에 특목고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건설교통부 등도 앞다퉈 판교 등 신도시에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심지어 유명 입시학원까지 끌어들여 '학원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으로 장단을 맞췄다. 김 부총리가 경제 문제와 교육 문제가 밀접히 관련돼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강남 집값이 ‘학군 광역화’나 ‘공동학군 확대’ 등의 발상으로 쉽사리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니 그보다는 고교 평준화 원칙과 함께 지금도 유효한 ‘근거리 배정원칙’을 흔들어 학생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하루 2~3시간씩 천금 같은 공부시간을 길바닥에 깔고 다녀야 한다면 그 심정이 오죽할까. 아울러 강남으로 통학하는 강북 거주 학생들이 많다면 강남 지역에 대한 임대 수요, 나아가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할 것은 불문가지다. 교육은 여러 이해 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욕구가 분출하는 복잡한 정치판이다. 그것도 현재의 이익이 아닌 미래에 실현될 불확실한 이익을 겨냥해서 말이다. 사람들이 자녀의 교육에 그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양호한 교육→사회적 출세→경제적 수익이라는 순환고리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학군 조정이라는 기술적인 조작술을 가지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부총리의 발상이 너무 안이하다. 교육 문제 역시 부동산 문제와 같이 정상가격 위에 떠 있는 ‘거품(가수요)’을 제거해야 해결되리라는 것을 김 부총리도 모르는 바는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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