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주축이 된 한국 컨소시엄이 해외에서 사상 처음으로 석유비축 사업에 뛰어든다.
그동안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석유비축기지 공사를 수주해 건설한 사례는 많았지만 설계ㆍ건설ㆍ운영 모두를 한국이 주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등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던 신흥국의 석유비축기지 시장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15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베트남 정부가 국가 석유비축 계획에 따라 중캇 지역에 처음 짓는 지하 석유비축기지(저장규모 380만배럴) 건설 및 운영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업은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합작회사인 PVOS(PetroVietnam Oil Stockpile)사가 주관하며 PVOS사의 지분구조는 한국이 71%, 베트남이 29%로 한국 측이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석유공사는 이 사업에서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들과 설계ㆍ운영 컨소시엄을 구성해 31%(석유공사 11%)의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한국 측의 나머지 지분 40%는 건설사와 재무적투자자들이 맡게 된다.
사업은 BOO(Build Own Operate)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지 건설 후 석유공사는 최대 50년간 운영권을 갖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임대료를 받는다. 베트남 최초의 석유비축기지를 한국이 설계ㆍ건설해 장기간 운영까지 맡는 것이다.
산유국인 베트남이 석유비축기지를 세우는 것은 원유 생산량이 줄고 중국과의 영토분쟁 등으로 석유비축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이번 1차에 이어 2~4차까지 비축기지를 설립해 총 1,000만배럴이 넘는 비축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석유공사 측은 "한국이 1차 비축기지 공사를 주도할 경우 나머지 사업에서도 참여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간 해외 유전개발 등 자원개발 사업에 주력하던 석유공사가 신흥국의 석유비축기지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며 석유비축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30여년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며 세계 최고의 비축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국내 비축물량 1억4,600만배럴 가운데 약 1억배럴을 지하기지에 비축할 정도로 지하기지 설립ㆍ운영에 강점을 가졌다.
최근 인도ㆍ싱가포르ㆍ태국 등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지하 석유비축기지 설립계획이 쏟아지는 가운데 석유공사의 이번 베트남 사업은 앞으로 해외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세계시장에서 석유비축기지 설계ㆍ운영 사업은 프랑스가 독점해왔다.
석유공사는 현재 한국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내에서 석유공사와 함께 비축기지 설계를 맡았던 엔지니어링 업체들과 시공능력이 뛰어난 국내 건설사를 끌어들여 경쟁력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올해 말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석유비축기지 건설기간은 3년6개월, 총사업비는 1억5,000만달러 가량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