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례 없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시점"이라고 18일 밝혔다. 신라호텔에서 호주 재무부와 기재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주요20개국(G20) 서울컨퍼런스에서다. 이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불가피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 부총리는 이날 개회사에서 "통화량 축소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불가피한 비용"이라며 "다가올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G20이 질서 있는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200여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다가올 테이퍼링의 부작용과 대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나눴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해 "미국 테이퍼링의 부작용이 본격화할 경우 채권 투매현상이 일어나고 신흥국에서 외환이 급격히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이퍼링의 결과를 가를 최대 변수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시장의 신뢰 여부를 꼽았다. 연준이 테이퍼링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미국의 경기가 완만히 회복하면서 금리도 천천히 상승해 채권투자자들의 손실을 줄일 수 있겠지만 상황을 장악할 수 없다면 장기금리가 최대 300bp(1bp=0.01%포인트) 올라 채권과 위험자산의 대규모 투매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시중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져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
그는 또한 테이퍼링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이자 부담이 커질 경우 각국 정부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테이퍼링의 부작용에 따라 세계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태밈 바유미 국제통화기금(IMF) 전략부국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스필오버' 현상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지만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세계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며 "다만 장단기 금리 차가 확대돼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경우 오히려 세계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각국의 재무관료들은 테이퍼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한 국제금융 시스템을 만들자는 각오도 다졌다. 세계금융시장이 밀접하게 얽혀 있는 만큼 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자본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바젤Ⅲ, 그림자 금융개혁, 장외파생상품 개혁 등의 조치를 내년에도 차질 없이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경기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들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일본 등의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미약해 총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또한 테이퍼링에 따른 단기적인 시장불안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IMF는 최근 세계경제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내년 호주에서 열리는 G20의 성공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 부총리는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성장 모멘텀을 회복해야 한다"며 "내년 G20 의장국인 호주가 '종합적 성장전략(Comprehensive Growth Strategy)'을 핵심의제로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