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증시 흐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그리스 채무 협상의 장기화와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따른 신흥국의 통화 변동성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장과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시행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이다.
국내외 수많은 증시 변수들이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실제 주식시장 변동성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강세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가격제한폭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수출 대형주의 약세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소형주까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대형주의 추가 부진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대형주 부진이 중소형주의 하락 전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낮다. 이처럼 판단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지난해 9월 전후로 대형주의 하락세를 유도한 요인은 국제유가의 급락이다.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에너지·화학·건설·조선 등 소재 및 산업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에 반해 현재는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 역시 점진적으로 오르는 중이다. 소재 및 산업재 관련주의 안정적인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는 뜻이다.
둘째, 지난해 하반기에 대형주가 급락한 또 다른 주요 원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동반 하락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실적 부진을 겪었고 현대차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논란에 휩싸였다. 엔화약세 등 환율 이슈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최근 "엔화가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에 수출 활성화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현대차에는 호재다.
셋째, 지난해 9월에는 신흥국의 경기가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는 시점이었지만 최근에는 저점을 기록 중이다. 바꿔 말하면 언제든 반등해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9월은 대다수 기업의 실적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기업실적 하향 속에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탓에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발표될 2·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와 같이 대형주가 줄곧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