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교환 은행에선 여전히 '천덕꾸러기'

Y씨는 최근 돼지저금통의 동전을 지폐로 교환하러 은행에 갔던 딸로부터 전화를 받고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 직원이 그냥 현금으로 바꿔줄 수 없으니 통장을 개설해서 입금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동전교환에 대한 대가를 은행의 고객이 돼서 입금하는 것으로 대신하라는 말과 사실상 다름이 없었다. Y씨는 "은행이 일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동전은 집에 쌓일 수 밖에 없는 데 그렇게 되면 나라가 동전 만드는 데 돈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Y씨의 사례 뿐 아니라 시중은행에 동전을 교환하러 갔다가 직원들의 노골적인 눈총과 불친절에 어깨를 움츠렸다는 경험담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업무가 비교적 한가한 오전시간에 하라"면서 동전교환 시간을 사실상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동전교환 업무를 기피하는 이유는 은행 수익과는 별로 관계 없이 동전 분류·계산과 운송 등에 인건비 등 비용부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비용감축 차원에서 동전교환 업무를 담당하는 지점 출납담당직을 대부분 없애면서 이 같은 기피 현상은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동전 분류 및 계산을 도와주는 동전케이스를 보급하고 있고 동전을 지폐로 바꿔주는 동전·지폐 자동교환기도 은행에 설치되고 있지만 아직 보급이 미미한 실정이어서 동전교환의 불편함은 여전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동전·지폐 교환기 확대방안을 마련중이고 은행이 동전교환 시간을 제한운용하는 경우 인터넷 홈페이지와 영업장 게시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반기별 불시점검도 실시중"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에서는 그러나 동전교환 기피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동전교환 수수료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일본, 홍콩 등은 동전교환에 일정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비용이 수반되는 업무인 데 은행의 공공성에만 기대서 무료제공하라는것은 무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전교환 수수료 도입 문제는 2004년 한은이 국정감사 자료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혀 공론화됐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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