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투자 경계론' 확산

증시약세에 투자심리 불안…글로벌자금 '대탈출'
일부 "차익실현 따른 단기조정에 그칠것" 분석도


글로벌 투자자금의 이머징 마켓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인도를 중심으로 이머징마켓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외국인들의 투자금 회수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는 것.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에 그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이머징마켓에서 손뗀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현지시간) 펀드 리서치회사인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를 인용, 지난 24일까지 한 주 동안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서 50억달러(약 4조7,500억원)가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4년 5월 이후 2년래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3억7,000만달러(약 3,500억원)의 환매 요청이 들어왔다. 이머징마켓에서 글로벌 자본이 대거 빠져 나가는 것은 인도ㆍ러시아ㆍ브라질 등 신흥시장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지난 8일부터 3주동안 13% 하락했다. 블룸버그의 앤디 무커지 칼럼니스트는 “신흥시장 증시가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돈을 집어넣을 때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 이머징마켓이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세계은행도 이날 낸 보고서에서 “이머징마켓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 조정 불과하다= 최근 이머징마켓이 지난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유사 공황’ 상태에 빠져있지만 이는 단기 조정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PFR의 브래드 더램 운영 이사는 “이머징마켓의 최근 증시 약세는 차익 실현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킹스밀 본드 이머징마켓 전략가도 “외국 투자금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머징마켓에서 외국계 자본이 이탈하고 있지만 내부 투자자들이 신중한 태도로 투자를 계속하고 있어 과거의 공황처럼 증시 급락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JP모건플레밍의 군터 하일란드 이머징마켓 펀드 책임자는 “아시아와 남미 투자자들이 최근 5년동안 질적인 변화를 보였다”며 “증시가 부진하다고 보유 자산을 급격히 팔아치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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