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출범후 처음으로 유로당 1.10달러 이하로 떨어지며 하락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출범 당시 유로당 1.17달러 수준에 비해 6% 이상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연초 유럽 11개국의 단일 통화로 출범한 유로화는 달러-엔에 대한 제3의 통화로서 국제금융시장의 수요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됐으나 예상을 뒤엎고 약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서방 7개국(G7)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최근 유로화 약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자 달러 강세 분위기가 이어지며 22일 런던시장에서 유로당 1.0968달러까지 하락, 처음으로 1.10달러선이 무너졌다.
독일의 라퐁텐 재무장관은 20일 G7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유로화 시세는 적절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유로화 약세 분위기를 유도했고 티트마이어 연방은행 총재도 『현재의 유로화가 과대평가된 것은 아니다』며 유로화 약세 경향을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
유로화가 이같이 약세 행진을 지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유럽경제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4분기에 0.4%로 하락, 93년 이래 6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8%에서 올해 1.7%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1.5%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G7은 지난주 회의에서 유럽 11개국의 올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2.6% 보다 크게 하락한 2.0%로 하향 조정하는 등 유럽국가의 경제상황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유럽국가들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이자율을 더욱 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G7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내수위주의 성장촉진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로권에 대해 사실상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이같은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 유로화의 추가 하락 등을 우려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빔 뒤젠베르그 ECB총재는 이날 『최근 유로화의 약세는 미국경제의 호조와 유럽국가들의 이자율 인하 요구라는 정치적 압력에 주로 기인한다』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화분석가인 닉 파슨스도 『유로화가 이미 충분히 떨어졌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유로화가 더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전략적인 투자가들은 유로당 1.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유로화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유로화의 가치 하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23, 24일로 예정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상원 증언이 향후 유로-달러-엔 환율의 추이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