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원화 강세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아시아 통화 중 원화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할 국내 수출기업의 입지도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마저 현재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경제회복에 또 다른 악재다.
HSBC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원화의 안정적인 흐름,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기초여건) 등을 이유로 "올해 원화는 아시아 통화 중 가장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는 원화는 지속적으로 강세흐름을 나타내면서 연말에는 원ㆍ달러 환율이 1,070원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원화 강세 전망은 골드만삭스나 JP모건ㆍ씨티은행 등도 같은 의견이다. 이들 투자은행도 연말 원ㆍ달러 환율로 1,050~1,080선을 제시하고 있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125원선으로 마감했는데 많게는 75원 이상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원화 강세 배경으로는 지난 2010년 6월 자본규제 조치를 통한 정부의 구조적인 단기 대외부채 감축 노력과 외화보유액 증가 등으로 원화 환율 변동성이 축소됐고 대외불안에 대한 대응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튼튼해졌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비록 총선과 대선 등 두 차례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다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도 여전하고 1ㆍ4분기에는 경상수지 악화, 외국인 배당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지만 환율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HSBC는 "원화의 최근 환율 변동성은 아시아 통화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면서 "지정학적 위험이나 선거 일정 등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의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을 높게 평가해 한국 채권 순매입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HSBC는 심지어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통화 그룹에 원화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국 금융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이 쉽고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도 좋은 편으로 인식돼 장기적으로 보면 원화는 강세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