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루피화 급락으로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 공포가 되살아나면서 우리나라의 보유외환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현재 우리 외환보유액은 3,297억달러로 역대 최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빨라진 위기의 전염속도를 감안하면 4,000억달러 이상 쌓아야 안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당장 다음달 시작될 수 있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외환 방파제를 더 견고하게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최장수 국제국장으로 금융위기 당시 외환시장의 최전선에 섰던 안병찬 KB투자증권 감사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보유외환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외채 4,100억달러와 외국인 투자자금 3,400억달러를 감안하면 4,000억달러 이상은 돼야 여유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기는 항상 글로벌 규모로 터질 것"이라며 "경제규모가 우리의 절반이고 국제통화를 쓰는 스위스도 (보유외환이) 5,000억달러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국제통화가 아닌 '태생적 한계'가 있고 환란을 경험한 '낙인효과'의 멍에까지 지고 있다.
실제로 1997년 환란 당시와 비교해 단기외채 비중이 많이 떨어졌지만 잔존만기가 1년 남은 장기외채까지 합친 유동외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한은에 따르면 단기외채 비중은 6월 말 현재 29.1%로 1999년 9월(28.6%) 이래 가장 낮다. 그러나 2008년에도 문제가 됐던 것은 외환보유액의 100%에 이르는 유동외채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3개월치 경상수입 대금'이라는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도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윤환 전 금융연수원장은 "대외거래가 많고 자본유출입이 빈번한 우리에게는 안 맞는다. 4,500억달러는 돼야 한다"며 "중국과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대만이 필요분보다 3~4배씩 보유외환을 더 갖고 중국과 일본이 조 단위인 것도 유비무환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외환보유액의 기회비용 대비 효과가 항상 논란이 돼왔다. 보유외환이 많으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지만 운용상 그만큼 손실이 불가피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화스와프 같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역내 통화스와프, IMF의 신축적 신용공여(FCL)와 같은 다양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 외환보유액의 대체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