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국인과 법인의 해외 소득과 재산에 대한 정보를 더욱 세밀히 파악하기로 함에 따라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적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해외 현지법인 자료 제출 강화, 해외금융계좌신고 의무위반 제재 강화, 과세 관련 금융정보의 국가간 교환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내용은 국세청이 제도적인 한계로 역외탈세 추적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은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국세청이 역외탈세 차단과 역외 소득에 대한 세원관리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이 주목된다.
2010년 말에 도입된 이 제도는 전년도에 외국 금융회사에 개설·보유한 은행·증권 계좌의 현금 및 상장 주식 잔액의 합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국내 거주자와 내국 법인에 대해 6월말까지 국세청에 내역을 신고하도록 했다.
올해는 7월1일이 기한이며, 이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거나 적게 신고할 경우에는 해당 금액의 10% 이하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50억원 초과 미신고ㆍ과소신고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미신고 금액의 10% 이하의 벌금 부과 등 형사처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확정됐다. 행정처분인 과태료보다 제재 수위를 강화한 것이다.
여기에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해외금융계좌 미·과소신고 금액에 대한 과세 관청의 자금 출처 소명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국내 거주자에 대해서는 소명 요구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해외금융계좌 내역은 그다음 해 6월말까지 신고하는 만큼 이번 세법 개정에 따른 소명요구 불이행 과태료 부과는 2015년에 적용되게 된다.
이에 따라 2015년에는 해외에 100억원의 현금이나 주식을 갖고 있었음에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된 뒤 소명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벌금 10억원과 소명불이행에 따른 과태료 10억원 등 최대 20억원을 내게 될 수 있다.
이처럼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에 대한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2011년 11조5,000억원, 2012년 18조6,000억원에 달했던 신고액수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제도 도입 이후 부과한 미신고 과태료는 80억원(78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회 기재위원들 사이에서 역외탈세에 대한 엄정 대응 요구와 함께 해외금융계좌신고 대상 금액을 10억원보다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신고 대상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해외직접투자 법인에 대해 종전 해외현지법인 명세서 이외에도 해외현지법인의 손실거래명세서 제출을 적시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해외현지법인의 성실 신고를 유도하는 것과 더불어 경우에 따라서는 적자를 이유로 비자금 등을 조성해 탈세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들 자료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의 과태료 부과 대상을 해외현지법인 지분이 50% 이상에서 10%이상으로 확대했다. 종전에는 법인에 대해서만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었으나 내년부터는 개인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법인은 물론 개인도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 탈세가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스위스 등 조세협약이 체결된 국가들과의 금융정보 교환을 확대하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동안은 특정인을 지목해 금융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으나 내년부터는 탈세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금융상품에 가입한 한국인들의 정보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은 이런 점들이 보완되면 역외탈세 추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18일 "과세 관련 정보가 확대되면 그만큼 역외탈세에 대한 추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는 만큼 과세 기반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지난 5월까지 83건의 역외탈세 사례를 조사해 4,798억원을 추징했다. 앞서 2010년에는 95건(5,019억원), 2011년에는 156건(9,637억원), 2012년에는 202건(8,258억원)을 단속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