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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품 보며 창의적 연구
히트작 요리 에센스 '연두' 탄생
MPK그룹 '미피하우스'
독일 예술공간 '바우하우스'서 착안
지상 7층 건물에 미술품 100점
웰콤 '웰콤 놀이터'
실험정신 가득한 유명작품 전시
눕거나 앉아서 회의에 와인까지
다음 '제주 스페이스닷원'
오름·화산동굴 형상화한 내부
아이디어와 승부 '끝장의 방'도
'아트마케팅'은 경영에 예술의 다양한 요소를 접목해 제품ㆍ고객ㆍ평판 등의 실질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일컫는다. 최근에는 회화ㆍ조각ㆍ음악ㆍ건축 등 순수예술부터 상업적 목적의 대중예술까지 문화 전반으로 아트마케팅의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서민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창조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예술이 지닌 창조성과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예술이 일상생활에 파고들면서 소비자는 미학적 소비가치를 중시하고 기업들은 첨단기술이 주는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순화하기 위해 제품에 예술적 감성을 입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가 밝힌 경영예술의 4단계 이론에 따르면 ▦1단계는 기업 메세나 활동 ▦2단계는 마케팅에 예술적 요소 접목 ▦3단계는 내부 구성원에 대한 예술교육 및 예술적 감성 함양 ▦4단계는 예술을 통한 사업 모델 개발 등으로 점차 발전한다. 아트마케팅을 생산현장이나 연구현장, 그리고 회의공간에 접목하려는 노력은 3단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매출증대 및 기업 브랜드 제고를 꾀할 수 있다.
◇예술의 창조성, 마케팅을 혁신하다=샘표의 최근 히트작 '연두'는 요리 에센스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해 200만병이 넘는 누적 판매를 기록했다. 연두 200만병은 미역국을 기준으로 무려 1억6,000만명이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우리나라 전국민이 3그릇 이상을 먹고도 남을 정도다. 샘표 측은 연두로만 올해 매출 2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연두의 탄생에는 미술과 마케팅을 결합한 샘표의 '아트프로젝트'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샘표는 지난 2004년부터 경기 이천 간장공장에 '샘표 스페이스'라는 전시장을 열어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했다. 직원들은 공장 내부를 오고 가면서 미술작품을 접하고 자연스럽게 '아트'를 생활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굴뚝기업'의 대명사인 샘표 브랜드를 생각하면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변신에는 박진선 대표의 역할이 컸다. 창업주인 고(故) 박규회 선대 회장의 장손인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한 학자 출신으로 아트마케팅을 통해 창의력 넘치는 오피스로 변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 대표는 "아트마케팅 자체가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미술에 문외한이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작품을 좋아하고 빠져드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미술 자체를 좋아해서라기보다 직원들과 회사를 위해, 또한 고객들을 위해 미술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대희(48) 연구개발팀장은 "??밭은 회의실 안의 상추나 초록의 아이템들이 신선하게 느껴져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중요한 회의를 진행할 때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할 수 있다"며 "획일화되고 좁은 공간에서 탈피해 연구소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작품 속에서 일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가 자연스럽게 생기며 창의적인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트를 통해 트렌드 앞서간다=미스터피자ㆍ제시카키친 등을 운영하는 MPK그룹이 2011년 서울 방배동 사옥에 건립한 '미피하우스(MIPIHAUS)'는 건물 전체에서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다. 미스터피자의 약자인 '미피(MIPI)'와 미술관ㆍ집과 같은 공간을 의미하는 독일어 '하우스(HAUS)를 조합한 것으로 독일의 바우하우스에서 착안한 명칭이다. 가나아트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술을 접목시켰으며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이 건물에 걸린 미술작품은 모두 100여점에 달한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예술이란 개인이 소유하기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할 때 가치가 더욱 빛나므로 미피하우스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쉽게 아트를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고안했다"고 밝혔다.
광고기획사 웰콤은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20곳'에 선정된 건물로 '아이디어를 만드는 공간'이 아닌 '아이디어를 내는 즐거운 공간'을 표방한다. 4개의 굴뚝을 구름다리가 연결한 형태로 디자인된 웰콤 사옥은 2007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3층 작업공간을 모두 없애고 '웰콤 놀이터'라는 이름의 다양한 시설을 들여놓았다. 차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바를 비롯해 눕거나 앉아서도 회의를 할 수 있는 좌식 회의공간, 서서 차를 마시며 손님을 응대할 수 있는 스탠딩 회의실 등을 갖췄다. 사내 곳곳에는 실험정신이 가득한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사옥 입구에는 광고의 '감(感)'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 커다란 감나무를 심어놓았다. 웰콤은 르노삼성자동차ㆍ교보생명ㆍ코카콜라ㆍ네슬레코리아 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안성기ㆍ유지태ㆍ이나영 등이 함께 했던 르노삼성자동차 '2013 보증합니다' 브랜드 광고 캠페인, 배우 이병헌이 달콤한 수다남으로 변신한 '네스카페' 광고 등을 선보인 바 있다. 김지혜 차장은 "광고 아이디어를 즐겁게 개발하자는 의미에서 직원들의 의견이 직접 반영돼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며 "하루의 3분의1 이상을 사내에서 보내는 직원들이 일도 놀이처럼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뿐 아니라 직원들의 만족감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4월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사옥인 '스페이스닷원(Space.1)'을 지었다. 제주 천연환경과의 유기적 어우러짐을 고려하며 오름ㆍ화산동굴 등을 형상화해 내부를 완성했으며 건물 내외부를 제주 송이석 색깔로 만들었다. 층별 천장의 높이는 3.5m 이상으로 높은 천고 덕분에 사무공간 전체가 탁 트인 인상을 준다. 수십개의 회의실은 각기 다른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서로의 열정을 밀어주며 소통한다는 의미로 때밀이타월을 벽면에 붙인 '소통의 방', 아이디어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는 의미로 사각의 링을 형상화한 '끝장의 방' 등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 제주의 햇빛이 들어오는 도서관, 매달 새로운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 게임룸 등 다양한 공간이 대표적 정보기술(IT) 업체 직원들의 창의력을 일깨운다. 홍종민 서비스플랫폼개발팀 사원은 "고개를 돌리면 어디서나 제주의 자연이 보이고 건물 곳곳에 아이디어 넘치는 인테리어가 가득하다"며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탁월할 뿐 아니라 보다 창의적이고 색다르게 사고하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회의문화에 아트를 입히다=오피스솔루션 전문기업인 신도리코의 사옥은 '쉼'의 건축가로 유명한 민현식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설계했다. 그는 효율성이 강조되는 딱딱한 사무ㆍ공장건물에 문화를 입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신도리코 사옥을 완성했다고 한다. 신도리코의 문화경영 의지는 제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도리코는 '사무기기는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배치한다'는 편견을 넘어 사무실의 오브제로 쓰일 수 있도록 제품 디자인에 주력했다. 그 결과 독일 레드닷디자인어워드, 미국 굿디자인어워드, 독일 iF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휴대폰 결제기업 다날은 사내 회의실에 이색적인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다. 다날 회의실 이름은 각각 '지구' '화성' '금성'으로 모두 태양계 행성에서 따왔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 회사는 회의 역시 잦은 편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이 회의실을 딱딱한 업무공간이 아닌 편안하고 재미있는 장소로 여길 수 있도록 회의실에 태양계 행성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는 2월 대대적인 사무실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정해진 개인좌석을 없앴다. 대신 개인의 성향에 맞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모든 구역에 테마를 부여했다. 부서 간 협조가 많이 필요한 직원은 의자만 돌리면 바로 회의가 가능하도록 꾸민 개방형 구역,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도 높은 문서작업을 하기 원하는 이를 위한 독립형 구역, 소규모 인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회의실형 구역과 온돌방에서 자유로운 자세로 업무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을 위한 옥탑방 구역 등으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