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희생양이냐”… 은행권 안절부절/한보 부도… 이모저모

◎한 부총리 등 재경원 휴일출근 대책 부심/“대통령도 필요하면 조사” DJ 대여공세/정총회장 수사 대비 모처에서 신변정리○…국민회의는 한보부도사태를 「현정권의 최대의혹사건」으로 규정, 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상임위 소집을 요구하는 등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총재는 『대통령도 필요하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김영삼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고 나서는 등 초강경 대응태세를 보이고 있다. 김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국민들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소해줘야 한다는 뜻이라며 원론적인 얘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 대변인은 『국민모두가 일개 은행장이나 장관 힘으로 그러한 특혜금융이 이뤄질 수는 없다고 보고 있는 만큼 국민의혹을 푼다는 관점에서 김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 김총재는 지난 25일 청주 기자간담회에서 『한보에 대한 특혜금융과 관련된 여권 「4인방」에 대해 믿을 만한 곳에서 당에 정보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앞서 대변인실은 성명을 통해 『한보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2(청와대)+2(신한국당)여권 4인방』이라고 주장하며 여권대권예비주자중 두사람을 거론. ○…제일은행 등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들은 한보 특혜의혹에 대해 청와대, 검찰, 은행감독원 등 사정당국과 감독당국이 거듭 조사의지를 밝히자 『은행권이 또 다시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며 안절부절. 특히 전·현직행장의 동생이 한보그룹의 임원으로 근무중인 제일, 외환은행은 대출심사서류를 다시 검토해 보는 등 만일에 대비. 한 은행임원은 『특혜의혹이 확산되면 될수록 희생양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결국 힘없는 은행권이 또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 ○신용도 상향 해프닝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부도처리된 한보철강의 신용도를 우수등급인 「A3-」로 판정했던 것으로 알려져 신용평가기관의 신뢰도에 먹칠. 한국신용평가는 「97년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발표하면서 한보철강의 신용도를 지난해 B+보다 한등급 높은 A3-로 상향조정했다가 부도처리 직전인 지난 23일 아침 긴급회의를 열고 평가를 유보키로 결정하는 해프닝을 연출.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재경원 간부들은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등 한은간부들과 27일 함께 등산하며 친목을 다질 예정이었으나 한보그룹 부도사태로 산행을 취소하고 과천청사로 출근. 한부총리는 이날 하오 2시께 과천청사에 들러 림창렬차관 등과 함께 한보사태에 대한 금융기관의 동향을 파악하고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협의. 한편 이날 하오에는 이수휴 은행감독원장이 한부총리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몰려들기 시작한 보도진과 재경원 관계자들 사이에 실랑이도. ○오늘 긴급 당정회의 ○…정부와 신한국당은 27일 하오 청와대에서 비공식 긴급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한보부도사태와 정치권 비리의혹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 청와대에서 김광일 비서실장·이원종 정무수석 등이, 정부측에서 한승수 부총리, 김우석 내무, 안우만 법무장관, 당에서 강삼재 사무총장, 이상득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회의에서 당정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을 논의한다. ○…한보그룹은 부도사태 나흘째이자 휴일인 26일에도 정보근 그룹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이 일제히 회사에 나와 앞으로의 대책을 숙의. 또 재무팀 등 회계 담당 핵심부서 직원 20여명도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 법정관리 신청서류를 챙기는 한편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에 대비하는 모습. 그러나 정태수 총회장은 회사나 서울 방배동 자택이 아닌 모처에 머물면서 검찰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룹 관계자들이 설명. ○…한보그룹은 한보철강을 비롯한 법정관리 신청 대상업체 가운데 한보건설(구 유원건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도된 것에 대해 『한보건설은 법정관리 신청대상업체가 아니며 막대한 부채를 안은 한보철강과는 상호지급보증 관계가 없다』고 해명. 그룹 관계자는 『해외건설사업을 담당하는 한보건설이 마치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해외 공사장의 분위기가 술렁이는 등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면서 신중한 보도롤 호소하기도. ○공동관리단 곧 파견 ○…한보그룹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등 4개 주요채권은행단은 28일부터 한보철강에 공동자금관리단을 파견, 자금 및 경영관리에 들어간다. 채권은행단은 27일 채권금융기관대표자회의를 열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자금관리단 파견문제를 확정키로 했다. 채권은행단은 한보철강에 자금관리단을 보내 90% 이상의 진척도를 보인 당진제철소의 원활한 완공이 이뤄지도록 공사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짜기로 했다. ◎청와대 반응/“금융특혜 사실과 달라”/철강경기 호황·시설담보 충분해 지원 한보철강 문제의 불똥이 청와대로 튀는 기미가 보이자 김영삼 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보특혜논쟁에 언급. 김대통령을 수행해 일본을 방문중인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 주변의 「젊은 실세」 또는 「젊은 부통령」이 한보 금융지원에 관련됐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단언컨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렇게 말하면 명예훼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보철강에 대한 금융특혜설과 관련, 『특혜를 주었다면 왜 부도 처리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진짜로 금융상 특혜를 주려 했다면 장기 저리의 해외 차관 허용 등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유도 했을텐데 한보는 고리의 단기자금이 많고 은행대출은 전체 5조원의 대출중 2조7천억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금융권이 한보의 불확실한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원한 경위에 대해 『은행들은 한보의 시설담보가 충분하고 철강업종이 사업초기에는 매우 전망이 좋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보가 단기고리 자금을 끌어 써 기업자금의 유동성문제가 발생한 것이지 공장설비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은행권 일부에서는 부도를 내지 말자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한보의 금융지원이 지난 94년이후 갑자기 증가한 이유 ▲은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지난해 말과 올해초에 추가대출을 한 사실 ▲금융관행상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없이 수조원대의 돈이 단일 기업에 지원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김대통령은 참모진으로부터 한보철강 금융특혜 의혹과 관련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필요시 대통령도 조사받아야 한다」는 발언보도에 대해 자세히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벳푸=우원하> ◎현철씨 항변/음해 계속땐 법적대응/대출 개입설 일축… 친분관계도 없어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26일 한보철강 특혜대출 의혹을 둘러싸고 야당이 「민주계의 부통령」 운운하며 자신을 배후로 지목하는데 대해 『나를 연관짓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고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특혜대출 개입설을 일축. 현철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왜 한보사태와 관련된 소문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며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내 이름을 대고 개입돼 있다고 주장한다면 정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식 대응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분명히 말하건데 나는 한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이 그런 식으로 의혹을 제기한다면 법적대응을 강구할 것이며 나의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면 나로서는 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혜대출 과정의 「고위층 압력설」과 관련, 그는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다르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것으로 고위층의 압력이 있을 수 없으며 또 설사 있다고 한들 비밀이 있는 세상이냐』며 『증권가의 루머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볼 때 정말이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끼며 슬픔을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보 정보근 회장과 「절친한 관계」라는 설에 대해 그는 『지난해 봄인가 고대 동문모임이 있었는데 그때 얼굴을 봤다. 당시는 그가 정회장인지도 몰랐고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틈에 끼여 있었던 것 같다』며 『고려대 출신도 아닌 그가 왜 그날 그 자리에 나왔는지 나도 모르겠고 그 이후로 그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회장은 남강고­동국대­미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대국제대학원 최고국제관리과정을 수료했다.<양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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