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 텔레콤과 텔레콤 이탈리아의 합병으로 유럽 통신시장이 벌써부터 지각 변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도이체 텔레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던 프랑스 텔레콤은 두 회사가 합병으로 나아갈 경우 제휴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표명했고 미 스프린트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원」사업 역시 허공을 맴돌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역시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시할 정도여서 합병의 후유증이 유럽 통신업계를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마저 있다.
지난 16일부터 합병을 위한 협상 추진이 알려지기 시작한 도이체 텔레콤과 텔레콤 이탈리아는 그동안 온갖 억측을 물리치고 19일 합병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초 20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병 합의 사실을 발표하기로 했던 일정은 양측의 추가적인 협상을 위해 일단 연기됐는데, 소식통들은 빠르면 21일중 발표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처럼 양측간 합병으로 싯가 2,000억 달러가 넘는 유럽 최대 통신업체 탄생이 굳혀지자 이들 회사와 관계를 맺어왔던 다른 통신회사들이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독·불 연합의 한 축이던 프랑스 텔레콤의 경우 80년대부터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회사. 특히 지난 98년 12월 유럽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범유럽 네트워크의 건설을 위해 「신공동협정」을 출범시키기도 했고 96년부터 미 스프린트사와 함께 양측은 전세계 이동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글로벌 원 사업도 벌여왔다. 하지만 자사 주식가격이 19일 5.4%나 폭락하는 등 합병 소식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프랑스 텔레콤이 발끈하고 나섰다.
프랑스 텔레콤은 『우리와 도이체 텔레콤과의 협정을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는 일이며 다른 업체의 합병이나 제휴관계와 양립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프랑스 텔레콤이 도이체 텔레콤의 글로벌 원 지분을 인수,미-불 합작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합병 때의 시너지 효과가 기회비용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현재 도이체 텔레콤은 매출이 360억 유로에 18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텔레콤 이탈리아는 매출 240억 유로에 직원수가 12만4,000명에 달한다. 문제는 양국간 통신 규모가 이미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소비자들이 거는 국제전화를 목적지별로 보면 이탈리아가 두번째이며 반면 이탈리아 입장에서 보면 독일은 최대 수요처다.
때문에 시에라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의 제임스 라스테흐는 『시너지 효과는 있겠지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정도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통화료 인하를 주도, 유럽 시장을 요금 전쟁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않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