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이 투자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BII) 창구에서 차도르를 쓴 여행원이 고객을 맞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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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테러의 공포가 지배하고 있는 자카르타 탐린가. 국민은행이 투자한 현지법인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 사옥의 경비는 여느 대사관이나 공공기관에 버금가는 삼엄한 모습이다. 수십명의 경호인력이 출입차량에 대한 보안검색을 실시하고 출입자들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만 은행에 들어갈 있다. 하지만 이런 삼엄한 분위기에도 BII 사옥을 출입하는 고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BII의 모습은 인도네시아의 현재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국내 선진 금융기법을 받아들여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BII에 투자를 해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던 이 현지법인이 자본차익과 함께 배당금 등을 내 국민은행에 효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울러 자회사 KB데이터시스템을 통한 전산기술 수출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어 국민은행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28일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서 국민은행의 지분 투자은행인 BII의 주가는 140루피아(28일 현재 100루피아당 약 10원)를 기록, 2003년 말 인수가격인 주당 82루피아에 비해 6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루피아의 약세를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34%다. BII의 주가는 올 3월 215루피아까지 올랐지만 인도네시아 경제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면서 하락곡선을 그렸다.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분(12.75%)의 현재 시가는 950억원으로 최초 인수가격인 706억원에 비해 이미 240억원 수익을 올렸다.
BII의 순이익도 국민은행의 투자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002년 1,400만달러에 불과했던 BII의 당기순이익은 2003년 3,6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에는 8,600만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4,100만달러에 이르는 순이익을 거뒀다.
BII의 경영실적 개선에는 국민은행의 경영기법 전수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김동원 전략담당 부행장과 오용국 기업금융담당 부행장이 BII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IT) 담당 장기성 이사와 모기지론 담당 김수철 부장, 중소기업 담당 유광근 부장, 신용카드 담당 박석규 부장이 현지 은행에 파견돼 국내 경영기법을 전수해주고 있다.
특히 자회사를 통한 IT기술 수출은 BII의 금융시스템 선진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KB데이터시스템은 BII의 선진금융시스템 구축사업을 405만달러에 수주, 20여명의 기술인력을 파견해 시스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인도네시아 은행계 6위권인 BII가 리딩뱅크로의 도약을 시도할 수 있는 전기를 맞게 된다.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투자회사 성공은 금융계가 향후 해외진출을 어떤 식으로 추진해야 할지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도 최근 “아시아 시장이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대형 금융회사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비교 우위가 있는 부분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산자이 카푸 BII 전략담당 부행장은 “소매금융과 중기대출ㆍ신용카드에 대한 노하우를 국민은행으로부터 전수받고 있다”면서 “특히 IT 관련 인프라는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성 이사는 “국민은행은 현재 BII에 대한 투자가 배당 및 평가익으로 이미 3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아시아 시장 진출에 따르는 성장과 테마섹 등 전략적 파트너와의 협력관계 구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