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일본 원전사고 그 후 3년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일반인은 물론 원자력 전문가들에게도 충격적이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2011년 3월11일 2만명에 가까운 사망·실종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서서히 잊혀져 가지만 그 이튿날부터 시작됐던 후쿠시마 사고는 여전히 국민들에게 커다란 관심사이고 현재진행형인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안전 자만이 부른 인재 여전히 위협적

후쿠시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원전의 설계·건설·운영 과정에서 대형 지진과 쓰나미가 빈발하는 일본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 건설 당시의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설계기준이 지진이 거의 없는 한국보다도 낮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 후 대형 지진에 대한 대책은 지속적으로 강화됐으나 쓰나미에 대한 대책은 소극적이었다. 쓰나미를 현실적으로 고려해 핵심 안전설비들의 위치만 변경했더라도 사고 결과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안전에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최상의 과학기술 지식에 근거하지 않고 안전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나 정치·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원자력 안전연구 결과와 사고 경험을 성실하게 반영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그 배경으로 일본의 원전산업체와 규제기관이 연구계 및 학계로부터 고립돼 있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과학기술대국인 일본이었지만 학계와 연구계의 최신지식과 지혜가 원전산업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고 본다.

원자력 안전의 핵심 전략은 '심층방어(深層防禦)'다. 최상의 설계·건설·운영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만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방어전략을 두는 것이다. 심층방어 전략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최상의 과학기술 지식에 기반,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심층방어 이행에 있어서는 지식의 생산·소통·적용이라는 세 가지 핵심요소가 있다. 지식의 생산은 원자력 안전 연구개발과 운전경험의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 신뢰성 있는 최상의 지식을 생산해 이해하기 쉽고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소통에 있어서는 안전 관련 연구결과를 이해 당사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파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 연구가 최상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식 적용에서는 늘 열린 자세로 새로운 지식을 확보해 이를 왜곡하지 않고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소통 통해 국민 안전 보장해야

후쿠시마와 유사한 사고를 다시 겪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 지식에 기반해 '올바른'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 사업에서는 진흥과 규제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지식의 생산과 이용에 있어서는 협력과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은 원자력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의 의무이므로 각자의 몫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적 지식에 근거해 원자력 안전 문제가 다뤄짐으로써 투입되는 자원이 안전성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