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시 봄날은 온다

“하늘 조각이 떨어졌어요. 곧 하늘이 무너져요.”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머리를 강타 당한 꼬마 닭 ‘치킨 리틀’은 하늘 조각이 떨어졌다며 고향 마을을 대혼란에 빠뜨린다. 그는 곧 하늘이 무너지니 모두들 도망가야 한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치킨 리틀의 머리에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도토리. 물론 하늘도 무너지지 않는다. CNN머니는 인텔 쇼크로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한국에선 검은 수요일이 연출된 지난 18일 ‘왜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가’라는 제하의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치킨 리틀 신드롬’에 빠지지 말라는 게 요지인 이 기사의 내용이 흥미롭고 참고할 만하다. 치킨 리틀은 지난 1700년대 영국 시골 마을에 떠돌던 우화이면서 설 연휴를 맞아 국내에 개봉되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제목. 여기서는 극단적인 비관론자를 의미한다. CNN머니는 “유가가 계속 치솟는다” “미국 금리 인상은 지속된다” “미국 경제는 불황기의 길목에 서 있다” “강세장이 시작도 되기 전에 끝났다” “인플레가 계속된다”는 식의 우울한 변수들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한다. Y2K 대혼란과 다우지수 5,000포인트 폭락설 등도 이와 비슷한 비관적 가설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급락세로 돌변하면서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너무 올랐으니 이제는 꺼질 때가 됐다는 분석에서부터 펀드의 대규모 환매설 등 악성루머까지 퍼지고 있다. 비관이 비관을 부르고 낙관이 낙관을 부르는 게 인간사지만 냉정하게 현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증시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에게 둘러싸인 변수들을 따져보는 것도 그 한 방법이다. 주가 그래프라는 게 원래 과거의 역사를 선으로 연결한 것이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기술적 분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1987년은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라는 주가 대폭락이 있었던 해로 기억되지만 여기엔 간과된 게 있다. 우선 다우지수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다가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를 넘어선 해도 87년이다. 1896년 첫 출발한 다우지수는 56년 60여년 만에 대망의 500고지에 처음으로 오르고 그후 18년 만인 72년 1,000포인트를 돌파한다. 여기서 다시 2,000선을 뚫기까지 15년이 걸린다. 그리고 87년 10월19일 월요일, 사상 최악의 주가 폭락사태가 벌어지면서 10월은 증권사에 항상 불길한 달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 이후 다우지수의 상승곡선을 보면 87년이 변곡점이었던 사실이 발견된다. 주가 대폭락을 거친 다우지수는 바로 대세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어 4년 만인 91년 3,000벽을 넘고 다시 3년10개월만인 95년 4,000선마저 뚫는다. 9개월 만인 96년 11월엔 5,000을 넘더니 지금은 1만 포인트다. 그 사이 수없이 많은 반락도 있었지만 큰 추세로 보면 미진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 증시의 역사는 좀 다르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일희일비할 상황이 아니다. 온 나라가 위기에 처했던 IMF 때는 차치하더라도 IT버블, 9ㆍ11테러 등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급락한 게 우리 증시 역사지만 항상 급반등도 수반됐다. 지난해에도 수많은 비관론자들이 증시 상승을 질시했지만 주가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들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의 주가 상승은 이뤄질 수 없었다. 지금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유가상승은 지정학적 특성이 강하고 미국 경제 역시 강건하다. 미국의 인플레 우려도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다. 국내 내부적으로도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있어 수급은 여전히 탄탄하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게 마련인데 한겨울에 있다고 겨울 옷만 사들이면 정작 봄이 왔을 때 입을 옷이 없어 난감하게 된다. 주가하락에 과민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차분히 기다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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