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바람막이」대가 수백만원서 10억대까지/금융계정태수 막강파워… 대출요구 거절못해/관계청와대비서실 등에 떡값… 영향력 행사정태수커넥션에 대한 검찰차원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은행장, 정치인, 공무원 등으로 불똥이 튈것으로 보여 지난 91년 수서사건의 재판격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홍인길 의원과 권노갑 의원 등 여야의원들에 대한 한보의 자금수수가 터져나와 한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은행장선에서 정·관계로 급속히 확산될 조짐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이 단계를 넘어서면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감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태수 커넥션의 구조와 역할을 금융계, 정계, 관계를 중심으로 수사방향과 초점을 정리해본다.
◇금융계=금융계는 예상했던대로 은행장들이 1차적인 희생양으로 부각됐다고 보고 있다. 거액대출이 오가는 과정에서 은행장들에게 소정의 사례비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해 검찰이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할 것이라는게 사건초기부터 예상됐던 수순이었다.
특히 수서사건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정씨가 이미 기피인물이 되었는데도 은행장들이 독약이나 다름없는 거액의 사례비를 받은 것은 역설적으로 정태수커넥션의 막강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광식 제일, 우찬목 조흥은행장이 1차 구속대상자로 지목된 것은 이들이 한보그룹 지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거나 배후 세력과의 연결고리가 가장 약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현직은행장들이 구속된 만큼 은행장 이하 라인들의 검찰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한보관련 떡고물들의 수수파장이 금융권을 다시 흔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정씨는 수백만원을 준 국회의원은 헤아릴 수 없고 3천만∼5천만원씩 준 국회의원만도 수십명이며 5, 6명에 대해서는 10억원씩 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원씩 받은 국회의원들은 의례적인 인사치레나 후원회 등을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수천만원을 제공받은 국회의원은 재정경제위, 통상산업위 등 한보철강과 관련있는 상임위 소속의원들중 이른바 「말발」이 센 의원들이 주종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여야 중진의원들도 이 경우에 해당될 것이라는게 정가의 시각이다. 이들의 경우 국회에서 한보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막아주는 대가로 제공받았을 공산이 크다.
10억원씩 받은 국회의원으로는 당연히 여야 실세의원들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천억원을 대출해준 은행장에게도 3억∼4억원 밖에 뇌물을 주지않은 정씨가 수십억원을 제공할 정도로 특별관리할 때는 특별 용도가 있었을테고 그렇다면 자연 실세의원들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은행에 대한 대출압력 지원, 관공서의 편의제공 압력 등이 이들의 역할이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정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대가로 정씨를 위해 대출압력 등을 행사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뇌물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수뢰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처지에 놓여있다.
◇관계·지방자치단체=정씨는 고위공무원들에게 이른바 떡값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실,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의 중앙부처가 이 범주에서 해당된다. 하지만 정씨의 로비 스타일을 감안할때 이들에게 제공된 것은 그야말로 떡값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관가의 속성상 대형 프로젝트에 대해 외부 압력없이 뇌물제공만으로 인허가 편의 등을 제공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도 한보의 대형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은행 대출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적지않다. 특히 관계의 경우 한보의 뇌물성 법인 카드를 마구 뿌리고 이를 한보가 결제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오고 있어 사실 여부가 주목된다.<이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