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사업장등 재해 급증 98년 0.66서 작년 0.77로한동안 감소추세를 보이던 산업재해율이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지난 98년 0.66%까지 떨어졌지만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기업활동 촉진을 명분으로 산업안전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지난해에는 0.77%까지 치솟았다.
◆재해율 가파른 상승세
8일 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재해율은 95년 0.99%를 기록해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진 뒤 97년 0.81%, 98년 0.66%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계기로 규제를 완화한 후인 99년에는 0.74%, 지난해에는 0.77%로 다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올들어서도 10월 현재 산재율이 0.63%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로 갈 경우 연말에는 지난해 재해율과 맞먹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97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프레스와 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가 폐지된 후 이들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의 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근로자 50명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전체의 68%를 사용하고 있는 프레스에 의한 재해자수는 98년 1,525명에서 99년 1,846명, 2000년 1,954명으로 해마다 급격하게 늘고 있다.
외국의 경우 프레스는 일본은 3년, 독일은 3개월~1년, 영국은 6개월마다, 리프트는 독일은 1년, 영국ㆍ프랑스는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실시하는 등 안전검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또 건설업을 제외한 10개 제조업의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의무를 면제한 후 조립금속제조업 등에서의 재해율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안산 지역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조립금속기계제조업종의 재해율은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1.717%)가 제출한 업체(0.871%)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이들 위험방지계획서 제출이 면제된 10개 업종의 전체 재해율도 98년 평균 0.9%에서 99년 1.14%, 2000년과 지난해에는 1.21%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밖에 근로자수 30~49명의 소규모 위험업종에서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선임의무를 폐지한 것도 재해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규제완화 등 원인
이처럼 산업재해율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활동 촉진을 명분으로 꼭 필요한 산업안전 규제마저 완화되거나 폐지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000년 7월부터 산재보험이 확대 적용된 근로자 5명 미만의 사업장이 산업재해 통계에 반영된데다 건설업체의 인력난으로 신규ㆍ고령근로자 등이 대거 유입됐고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상 질병이 늘어난 것도 재해율 상승에 한몫을 했다.
◆안전규제 복원 목소리
최근 들어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를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규제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광일 한국노총 전문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규제완화가 산업안전보건 분야에까지 무분별하게 진행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 사라지면서 재해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프레스ㆍ리프트에 대한 정기검사를 복원하고 안전ㆍ보건관리자 의무고용 대상을 30명 이상의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등 규제의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7월 산업안전학회세미나와 9월 국정감사에서 전문가들과 환경노동위 소속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특별조치법의 개정을 위해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오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