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 2~3년 이상 장기 투자했던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증시에서 잇따라 빠져 나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로 국내 중소형주에서 외국계펀드의 차익실현이 이뤄지고 있어 증시 전체 보다는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계 자산운용사인 퍼스트 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특별관계자 포함)는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유한양행 지분율을 7.05%에서 4.94%로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부터 유한양행에 투자해왔으나 올 초부터는 투자자금 회수 모드로 전환하면서 넉달간 270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ㆍ4분기까지만 해도 40%대를 유지했던 유한양행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현재 33.18%로 줄었고 올 들어서만 2%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최근 한 개인투자자의 경영권 인수 선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팀스에서도 10년 이상 투자했던 외국계펀드들이 대량 환매에 나섰다. 팀스는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에서 지난 2010년 분할된 교육용 자재 업체로 기업분할 이전인 2001년부터 팀스에 투자했던 미국계펀드 퍼스트이글오버시즈펀드와 퍼스크이글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8월부터 각각 보유지분을 3.19%포인트(7.59%→4.40%), 3.97%포인트(9.46%→5.49%) 줄였다.
코스닥 기업들 가운데서도 외국계 펀드들의 자금 이탈이 잇따랐다. 모바일 입력기기 전문업체인 크루셜텍은 지난해 3월 외국인 비중이 30%대에 달했지만 오챠드캐피탈, 노무라에셋 등 외국계 펀드의 환매가 이어지면서 이날 현재 외인 비중이 2.12%로 급속히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크루셜텍 지분을 사들였던 노무라에셋은 올 3월부터 본격적인 지분 매각에 나서 최근 2개월만에 지분율이 5.05%에서 1.53%로 줄었다. 또 2005년에 지엠피의 신주인수권을 장외에서 사들이며 투자에 나섰던 호주의 서스키하나 아시아 피티와이도 주가가 이상급등락한 지난달에 지분을 대량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럽발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 조정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외국계펀드들이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계 펀드의 지분 매각이 집중된 종목들 대부분이 중ㆍ소형주로 전체 외국계 펀드의 증시 전망을 대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민정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괄매매(바스켓매매)를 주로 하는 외국계펀드의 특성상 MSCI코리아 지수에 속한 대형주 위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일부 중소형주에서 외국계펀드의 매도가 잇따랐다면 각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5월 이후 지수 하락을 이끌었던 외국인 매도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하반기 경기모멘텀에 기댄 이머징국가 통화 강세에 베팅이 가능해진데다 이달말 유럽은행의 디레버리징이 마무리되면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며 “최근 지수 하락으로 주가수익률(PER)이 8.3배로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수급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