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김모(29)씨는 올해 초 알선업체를 통해 일본 정보기술(IT)업체에 취직하려다 결국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인력 알선업체는 김씨에게 일본 취업이 쉽다고 장담했지만 현지업체가 경기가 좋지 않다며 당초 예정됐던 채용계획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김씨는 중국이나 미국 쪽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씨처럼 국내의 좁은 취업시장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취업준비생들이 많지만 해외취업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심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해외취업자 수를 5만명으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장밋빛 청사진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지난 19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해외취업알선ㆍ연수 담당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는 748명으로 전년 동기의 769명에 비해 오히려 20여명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인력공단을 통한 해외취업자 수는 2004년 571명에서 2005년 1,621명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2006년 1,446명, 2007년 1,548명 등 1,500명 안팎에서 정체되고 있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올 들어 의료, 사무ㆍ서비스, 건설ㆍ토목 분야는 다소 늘었지만 IT, 기계ㆍ금속, 전기ㆍ전자 분야는 감소했다. 특히 지난 한해 동안 454명의 해외취업이 이뤄졌던 IT 분야는 올 8월까지 176명에 그쳤다. 이는 IT 인력 수요가 많은 일본이 올 들어 근로자 파견단계를 축소하는 등 외국인력고용에 대한 정비에 나선데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 경제 강국의 IT 인력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8월까지 일본으로의 해외취업은 2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59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항공승무원 수요가 많은 아랍에미리트와 용접공ㆍ형틀목공ㆍ치기공사 등 전문기술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캐나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취업자 수가 각각 35명과 77명이 늘었다. 서영식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팀장은 “해외취업 확대를 위해 올해 연수생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4,300명을 선발할 계획이며 상반기에 이미 2,300여명에 대한 교육을 끝마쳤다”면서 “이들의 취업이 집중되는 4ㆍ4분기 실적까지 합하면 지난해보다 해외취업자 수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상황이 어렵다 보니 정부가 오는 2013년까지 해외취업자 수를 5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글로벌 청년리더 10만명 양성’ 정책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정부와 경제계, 대학 간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민간 분야를 최대한 활용하면 당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증액하는 등 재정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한 취업 전문가는 “해외취업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은 맞지만 숫자에 연연해서 일자리의 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좋은 일자리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양적 확대 못지않게 해외취업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고학력 청년층의 실업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