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는 의외로 우리나라의 4대 교역 대상국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역이 많으면 투자도 따르는 법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무역량에 비해 한국과의 투자 교류가 극히 적습니다.
언뜻 시장으로서, 사업 기지로서의 매력이 적은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제약이 큽니다. 특히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분리하는 관습이 그렇습니다. 여성은 성인이 되면 검은 옷(아바야)을 쓰고 이때부터는 친인척 이외의 남성과 동행·동석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물건을 사기 위해 줄을 설 때도 남성이 여성과 너무 가까이 서 있으면 풍속을 단속하는 종교 경찰(무타와)이 흰 수염을 휘날리며 다가와 지팡이로 땅을 두드립니다. 너무 가까이 있으니 떨어지라는 경고입니다. 또 사우디인들이 출입하는 매장이나 식당에서는 남자들만 있을 수 있는 싱글룸과 여성 동반이 가능한 패밀리룸을 구분합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더라도 싱글룸과 패밀리룸을 별도로 운영하니 운영비가 배로 듭니다.
현지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근로자를 고용하면 여성실, 여성용 사무실, 여성용 공장, 여성용 식당, 여성용 화장실 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운영비가 2배로 들어 아예 여성 근로자는 고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2013년 말 국왕의 칙령으로 여성 고용 장려방안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이 국민 정서상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을 허용할 수 없듯이 사우디에서도 남녀가 동석하기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다음 주 KOTRA OIS홈페이지(www.ois.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성길 리야드무역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