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퇴직연금제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퇴직연금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근로자들의 노후소득보장 시스템을 강화하고 아울러 경제활력 회복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현행 퇴직금은 근로자에게 일시금 형태로 주어져 대부분 생활비용으로 충당되고 있는 만큼 노후소득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이 도산하면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형편이다. 더욱이 비정규직 근로자 및 연봉제가 급증하고 근로자의 직장이동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 퇴직금제의 노후보장 기능이 점점 더 퇴색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퇴직연금제의 도입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퇴직연금은 퇴직시 받는 연금액이 확정되는 확정급여형과 기금운용실적에 연동되는 확정기여형 두 가지가 있는바 특히 확정기여형이 주목된다. 미국의 경우 401K(확정기여형 기업연금)가 1990년대 증시 호황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증시 수요기반이 크게 확충된 데다 정보기술(IT) 중심의 신경제와 맞물리면서 미국증시는 10년 호황을 구가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2000년대 들어와 IT성장이 한계에 부딪치고 증시가 침체기를 맞으면서 401K 가입자들의 연금자산이 반 토막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퇴직연금제가 제2의 국민연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실시를 반대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제 실시 및 상품선택을 노사합의로 결정토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것이 노사불안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노노간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 차원 및 경제적 측면에서 퇴직연금제의 도입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 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입법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퇴직연금은 증시 및 경제활력의 기폭제 역할을 하지만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거품을 양산, 도리어 불안요인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연금제의 도입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부작용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기금설계를 더욱 꼼꼼히 하고 운용에 대한 견제장치도 적절하게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관 자산관리의 안전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철저히 해 이 제도가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도 안심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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