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깎기' 수주경쟁 매달려
[枯死직전 건설업계] (중) '구태'경영이 위기자초
“건설업이 이렇게 된 것엔 외부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채 변화를 거부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지금 우리 건설업체들 경영방식이나 수주관행등이 IMF 이전과 달라진게 뭐가 있습니까”
어느 건설업체 직원의 말이다. 최근 동아건설과 현대건설 사태를 지켜보는 건설업계의 분위기는 “결국 올 것이 온 거 아니냐”며 의외로 담담한 분위기다. 오히려 이미 겪었어야 할일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경영악화를 불렀다=IMF이후 우리 경제여건 변화에도 건설업계의 수주관행은 과거를 답습해왔다. 다른 업종들이 `수익성'을 중시하는 과감한 체질개선 노력을 해온 것과는 달리 건설업계는 비대한 몸집을 유지한 채 여전히 사업규모에만 집착해왔다.
몸집이 크다보니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차치하고 일단 공사만 따고 보자는 사생결단의 수주경쟁을 벌였다.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 평균낙찰가율을 보면 97년 평균 85.6%에 달하던 것이 98년에는 79.3%, 99년에는 77.7%로 곤두박질쳤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47개 상장업체를 대상으로 상반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작년의 경우 총 14조8,566억원의 매출에 2,4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반면 올해는 14조7,499억원으로 비슷한 매출을 올렸는데도 오히려 5,413억원의 손실이 난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이상호(李相昊)박사는 “시장 진입업체는 는 반면 퇴출업체수는 계속 줄어들면서 수주난 심화로 부실업체를 양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변하지는 않은채 파이만 요구한 업계=건설업계는 IMF이후 줄곧 정부에 일감 부족을 호소하면서 `특단의 지원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요구와 함께 당연히 있어야 할 기업내부의 체질개선은 미흡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대건설을 보자. 다른 경쟁업체들이 수백, 수천명의 직원들을 내보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몸짓을 가볍게 하는 동안 현대는 조직 감축은 커녕 매년 수백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는등 구조조정을 등한시해왔다.
심지어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과정에서도 기존 인력을 그대로 흡수함으로써 6,7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공룡으로 변해버렸다.
동아건설 역시 워크아웃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상황 속에서도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갈등으로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금융권의 외면과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구조조정 늦춘 정부 책임도 크다=건설업계 랭킹 상위 100위 업체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등 부실상태인 업체는 무려 37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퇴출된 기업은 ㈜기산 단 1개업체뿐이다. 문을 닫아야 할 업체들이 제때 정리되지 못한채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아래 생명을 연장해온 셈이다.
D건설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권이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부실기업들을 너무 오래 끌고 왔다”며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으로 이들 업체들이 나아진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늑장 대처가 멀쩡한 업체들까지 흔들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일단 살고 보자'는 업계의 근시안적 기업경영과 `일단 살리고 보자'는 정부의 무사안일한 대응이 건설업의 뿌리까지 흔드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대한건설협회 남동익(南東益)부회장은 “부실업체가 정리되지 않고 시장에 계속 남으면서 견실한 업체의 경쟁력마저 깎아먹어왔던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경쟁력없는 업체는 과감히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입력시간 2000/11/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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