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종합 기술단지로 변신


전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최근 바이오테크(BTㆍ생명공학 기술)과 클린테크(CTㆍ청정에너지 기술) 산업 등의 성황으로 서서히 종합 기술단지로 변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리콘밸리는 여전히 휴렛패커드(HP)나 구글 등 IT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창업한 기업들은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새로운 시장수요를 바탕으로 기존의 IT 분야 위주에서 벗어나 사업영역을 다양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내 에덴베일 기술공단의 성황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에덴베일 공단에는 지난 2007년부터 태양전지판 생산업체인 나노솔라사(社) 등 CT 회사들과 다수의 BT 기업들이 속속 들어서며 사세를 키우고 있다. 일부 BT 및 CT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대기업으로 태동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기차 제조회사인 테슬라모터스는 지난 6월 IPO를 한 뒤 도요타와 전기차를 개발하기로 제휴했다. 바이오연료회사인 코덱시스의 경우 지난 4월 IPO를 통해 7억8,000만달러의 자금을 모았으며 올 매출이 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IT 산업의 성장세는 주춤한 대신 그 외의 분야에서는 종사 인력과 투자자금 규모가 증가추세에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콜래보레이티브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및 컴퓨터 제조업 등에 종사하는 인력의 비율은 지난 1990년 50%에서 지금은 33% 미만으로 떨어졌다. 반면 실리콘밸리 내 CT 산업의 일자리는 지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5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이 지역의 전체 고용 증가율인 8%를 크게 웃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인 벤처소스는 5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창업기업 지원자금)의 70%가 IT 기업에 몰렸지만 지금은 50%를 밑돌고 있다고 집계했다. BT와 CT 등 IT 이외의 산업에 투자된 자금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실리콘밸리가 이처럼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IT 버블의 붕괴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공실률이 25%에 이를 정도로 실리콘밸리가 IT 버블 붕괴에 크게 흔들리자 당국이 대체산업의 육성에 나선 것이다. 일례로 산호세 재개발공사는 지난 2004년 에덴베일 공단에 BT 연구단지를 세운 뒤 2007년에는 입주기업들에게 자본설비를 지원키로 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다. 산호세 재개발공사측은 “우리는 산업 다각화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스탠퍼드대의 빌 밀러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산업 다각화는 지역경제를 안정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IT 산업이 이제 성숙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BT와 CT 등 신규 산업의 발전은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중심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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