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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관심사였던 농수산식품 분야는 쌀과 오징어 등 민감품목을 최대한 양허 제외품목으로 밀어넣으면서 국내 농수산업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미, 한·유럽연합(EU) FTA와 비교하면 농수산 부문은 비교적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10일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른 1,611개 품목 가운데 548개(34.01%) 품목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측 농업 초민감품목(581개)의 94.3%에 달하는 수준이다.
◇민감한 대부분의 농산물 품목은 양허 제외 대상에 포함=쌀을 비롯해 감자·전분·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분유·치즈·꿀·마늘·인삼류를 비롯해 제주도에서 큰 피해가 예상되던 감귤류와 오렌지도 양허 제외 대상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또 국내 소비가 많은 과일인 사과와 배·포도도 개방하지 않았다.
정부는 전체 농산물 34% 수준의 양허 제외를 통해 농가를 최대한 보호했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체결한 FTA에서 양허 제외율은 한미 FTA 1%(16개), 한·EU FTA 2.8%(41개), 한·캐나다 FTA 14.1%(211개) 수준이었다.
다만 이미 국제무역기구(WTO)를 통해 국내시장에 들어와 대중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은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로 했다. 대두는 1만톤을 TRQ로 들여오기로 했고 참깨는 2,400톤, 고구마전분도 5,000톤을 저율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도 전체 1,161개 품목 중 쌀과 설탕·밀가루·담배 등 102개 품목을 제외한 91%를 개방했다. 하지만 국내 채소와 육류 가격이 중국보다 높은 점을 감안할 때 FTA로 인한 우리 농업의 수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식품 가운데서는 간장과 고추장·메주·설탕·전분 등 국내 주요 식료품은 모두 양허 제외품목에 들어갔다. 하지만 김치는 현행 관세(20%)를 10%(2%포인트) 이내에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오징어·갈치 등 20대 생산품목 대부분 보호=수산 분야도 농업 분야와 마찬가지고 개방 수준이 낮다. 전체 629개 품목 대비 초민감품목으로 지정된 것은 87개(13.8%)에 불과하지만 수입액 비중으로 따질 경우에는 64.3%에 달한다. 특히 오징어·넙치·멸치·갈치·김·고등어·꽃게·전복·조기 등 국내 전체 수산물 생산액의 85.3%를 차지하는 20대 생산품목은 대부분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됐다.
초민감품목 중 수입액 조절을 위해 TRQ가 적용되는 품목은 14개(수입액 비중 29.2%), 관세 부분감축은 9개(수입액 비중 4.7%)다. 수입액에서 30.4%에 달하는 64개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됐다.
국내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대중 전체 수입액 대비 35.7%를 차지하는 새우류나 연어 등 542개 품목은 일반·민감품목으로 분류돼 10~2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반면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의 관세는 100% 자율화해 우리 가공수산물의 수출길이 넓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FTA 성과를 바탕으로 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가공산업을 육성해 수산 분야 내수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중국의 수산물 소비 증가 추세를 활용해 대중 수출 확대도 도모할 계획이다.
또 중국 어선 불법조업을 통한 어획물은 초민감품목에서 제외해 특혜관세를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도 성과다. 원산지 규정도 보수적으로 적용해 중국 연근해에서만 어획된 물량에 한해 특혜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상 결과만 놓고 보면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을 개방한 한미, 한·EU FTA에 비해 상당히 많이 농수산물 분야를 지켜낸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세종=구경우·김상훈 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