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쌀 관세화 유예국' 남을 수도

쌀협상 진행중인 필리핀 동향에 따라 결정돼

올해중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쌀 관세화 유예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농림부에 따르면 한국과 함께 쌀 관세화 유예지위를 유지하던 마지막 국가인 필리핀이 6월말을 시한으로 쌀 관세화 유예 추가 연장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유일한 관세화 유예국이 될 수도 있게 됐다.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쌀 시장의 전면 개방을 뜻하는 관세화 대신 점진적 개방을 위해 관세화를 일단 유예하고 저율관세의 최소시장 접근물량(MMA)을 늘리는 쪽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지난 70년대까지는 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했으나 그후 쌀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수입국으로 전환, 태국과 베트남 등으로부터 부족한 쌀을 들여오고 있다. 지난 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발효 이후 쌀 등 농산물에 대해 관세화 유예 조치를 받은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일본, 대만, 이스라엘 등이다. 한국과 필리핀, 일본, 대만 등 4개국은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 지위를 부여받았고 이스라엘은 양고기와 치즈에 대해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대만의 경우 지난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불과 1년 동안 관세화 유예를 받는 대신 기준연도 쌀 소비량의 8%를 MMA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본은 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 동안 유예를 받는 조건으로 8%의 MMA를 의무수입키로 했으나 99년에 관세화로 돌아섰고, 필리핀과 한국은 각각 10년 동안 유예를받고 4%의 MMA를 수입키로했다. 이 가운데 일본과 대만, 이스라엘은 이미 저율관세의 MMA 증량 등에 대한 부담으로 관세화로 전환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는 한국과 필리핀만이 관세화 유예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이 쌀 관세화 유예를 위한 재협상을 타결시키지 못하고 관세화로 전환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한 관세화 유예국이 되게 된다. 이와 관련, 농업 전문가들은 최근 쌀협상 부가합의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한국과 필리핀만이 관세화 유예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쌀협상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등으로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무시한채 우리시장은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쌀협상에 참여했던 민간대표인 김충실 경북대 교수는 "부가합의 내용을 놓고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평가는 정확한 검증 후에 이뤄져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할때 쌀협상이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타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림부 관계자도 "일본은 6년, 대만은 1년간 유예를 받는 조건으로 8%의 MMA를 받아들였지만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유예를 받으면서 7.96%를 수입키로 했다"며 "부가합의 내용을 우리 현실에 비춰 냉정하게 평가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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