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구조조정 결실

■ 금융사 작년 최대순익부실자산 거의 정리 올 흑자규모 더 늘듯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흑자를 낸 것은 금융시스템이 정상을 회복했다는 반증이다. 은행ㆍ증권ㆍ보험업계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돼온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고 신용카드사는 그 규모를 줄여야 할 정도로 많은 엄청난 흑자를 거뒀다. 적어도 우리 금융산업이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는 위치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금융계는 올해는 흑자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손익에 부담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인 '부실자산'이 거의 제거한데다 앞으로 추가 발생할 부실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회사들이 '개인고객'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편중영업으로 또 다른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인의 소비성 금융수요에만 의존하다 경제상황이 급격히 변화할 경우 또 다시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이 가계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되찾은 흑자기반을 보다 건실한 구조로 바꾸는 새로운 차원의 구조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사상 최대순익 은행과 보험ㆍ신용카드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흑자를 거뒀다. 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4년이나 계속됐던 적자에서 벗어나 5조2,241억원의 순익을 냈다.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를 인상한 덕에 수입이 급격히 늘었고 신용카드사업에서 벌어들인 돈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거둔 충당금 적립전 이익만 14조8,274억원. 지난 2000년에 비해 86%가 늘어났다. 여기서 9조5,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차감해 부실을 대폭 정리하고도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낸 것이다. 신용카드사 역시 '과도한 충당금 적립'이라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보수적인 결산을 하고서도 2조5,754억원의 유례없는 순익을 기록했다. 보험회사는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생ㆍ손보 모두 적자에서 벗어날 전망이며, 특히 손보사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사상최대의 순익실현을 예상하고 있다. 증권업계 역시 삼성ㆍLG증권의 순이익이 2,000억원대를 넘을 전망이고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ㆍ동원증권도 흑자반전이 확실해 3월말 결산에서 업계 전체로 1조1,000억원 안팎의 순익을 예상하고 있다. ◆ 소비성 가계자금에 너무 의존 지난해 금융회사의 호황은 전적으로 '소매 금융'또는 '소비자 금융'에 의존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들은 한결같이 가계대출에 주력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은행권의 가계대출 순증액이 무려 45조원이다. 신용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장사에서만 지난해 이익의 3분의2를 벌어들였다. 보험사, 여신금융사, 신용금고 까지 가계 대출에 혈안이 돼 고객을 찾아다녔다. 금리가 사상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개인들은 돈빌리는 데 부담이 없어졌다. 가계에 풀려나간 금융회사 자금은 소비와 부동산구입에 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주식투자로 이어져 증권사의 영업에 기여하기도 했다. 증시 활황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은 증권사의 수익기반을 넓히는 데 역할이 적지 않았다. 반면 기업금융이 주력인 리스ㆍ종금 등의 금융업종은 지난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해 사실상 고유의 영역을 상실해가고 있다. ◆ 아직 낙관하기엔 일러 금융회사들이 지난해 흑자기조로 돌아섬으로써 금융시스템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게 됐다. 은행들은 지난해에 비해서도 올해 월등히 많은 이익을 많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실여신을 전부 털어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나 증권사, 카드사들도 시장 여건이 급격히 바뀌지만 않는다면 2002 회계연도에 경영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에 있어서 이익은 '범퍼'역할을 한다. 영업여건이 나빠져 부실이 어느 정도 발생해도 이를 흡수할 완충장치로 기능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은 흑자기조가 앞으로 2~3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우리 금융산업이 구조조정기를 딛고 확실하게 연착륙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을 경계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금융업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등 당국이 잇따라 가계부채급증에 대해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외 경제여건 변화로 부동산시장이나 증시 상황이 급변할 경우, 또는 금리가 급격히 치솟을 경우 쌓아올린 가계영업 기반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화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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