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행’ 일임 입법추진 논란

사체(死體)에서 채취된 뼈ㆍ피부 등 이식용 인체조직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체조직 안전관리 등에 관한 법`제정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된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인체조직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조직 기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민단체 등은 인체조직의 기증에서 분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상업적인 조직은행에 맡기는 것은 기존 업체들의 불법적인 돈벌이를 보장해주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법안의 주요 내용=25일 보건복지부와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인체조직 안전관리 등에 관한 법률안`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안전관리 강화, 조직기증 활성화란 명분 아래 `조직은행`이 인체조직의 기증ㆍ저장ㆍ처리ㆍ보관ㆍ분배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고 인체조직 수입도 조직은행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법안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에서 장기와 성격이 다른 인체조직 부분을 떼내고 뼈ㆍ연골ㆍ피부ㆍ인대ㆍ혈관 등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인체조직 부분을 보충해 별도 법으로 제정하려는 것.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법안에 따르면 조직은행은 전염병에 감염되거나 치매 등 퇴행성 신경질환자, 유해성 물질에 노출된 기증자의 인체조직 등을 분배하거나 이식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조직은행은 3년 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허가갱신 여부를 심사 받으며, 인체조직의 저장ㆍ처리ㆍ보관업무를 시설ㆍ장비ㆍ인력ㆍ품질관리체계 등을 갖춘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조직이식재 가격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찬반논쟁 거셀 듯= 김 의원측과 식품의약품안전청, 관련 업계 등은 방치되고 있는 인체조직 이식재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강용구 한국조직은행연합회 이사장(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은 “조직은행에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윤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당국에서 제대로 관리하면 된다. 조직이식 활성화를 통한 환자의 기능회복과 건강증진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기증 받는 곳 따로, 가공처리 따로, 분배 따로 식으로 해선 조직기증도 이식도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위원회와 시민단체 등은 인체조직의 기증에서 분배에 이르는 전과정을 상업적 조직은행에 맡긴다는 것은 불법적 뒷거래와 폭리를 일삼아온 기존 업체들에 면죄부를 주고 합법적인 돈벌이를 보장해줄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기관이 기증된 사체의 안전성 검증, 인체조직 채취, 조직은행의 가공ㆍ유통과정을 관리감독 하거나 ▲뇌사자 장기를 적출하는 대학병원 등과 정부가 공동으로 조직은행(비영리법인)을 설립, 기증ㆍ채취 등을 총괄하고 가공처리 및 병ㆍ의원 판매는 안전관리체계를 갖춘 벤처기업 등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생명윤리위원인 김명희 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운동부장(의사)은 “인체조직이식재는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와 달리 임플란트ㆍ성형수술 등 돈벌이가 되는 비보험 품목이 많아 상업적 조직은행이 소스(사체와 여기서 채취한 인체조직) 관리까지 도맡을 경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소스관리가 안되면 조직이식재 가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다 해도 허수아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신 1구에서 채취한 인체조직은 8억원 어치의 조직이식재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사자 1명이 기증한 장기는 많아야 10명 정도에게 이식할 수 있지만, 인체조직 중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뼛가루는 임플란트 등의 재료로 수 천명에게 이식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은 각막 2개, 심장판막 4개, 고관절 2개, 얼굴성형에 사용되는 턱뼈 1개, 뼈(팔ㆍ다리의 긴 뼈와 철골결합ㆍ안면성형에 사용되는 갈비뼈 등) 206개, 인대와 연골 27개, 피부 1.8㎡, 혈관(주로 정맥) 등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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