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보다 값진 준우승도 있다.
지난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위대한 도전’을 보여줬던 한국 야구팀이 그랬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했던 한국 여자 핸드볼팀이 그랬다. 폭우가 휩쓴 제109회 US오픈 골프대회에서도 따뜻한 박수와 환호를 받은 준우승 선수들이 있었다.
10년 전 세계랭킹 1위에서 US오픈 직전 882위까지 추락한 ‘잊혀진 골프 천재’ 데이비드 듀발. 2001년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했지만 2002년 이후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톱10에 든 적이 한번도 없었다. 올 시즌 13개 대회에 나와 9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거나 경기를 포기했다. 14번이나 참가했던 US오픈에서 그는 처음으로 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 한때 공동 선두에까지 올랐지만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루카스 글로버에 1타 차로 패했다. 듀발은 “이제는 골프를 즐기고 있다”며 “2등이 실패라고 말하지 않겠다.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이번 대회를 평가했다.
리더보드 상단 2위 자리에 듀발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린 이는 또 있었다. 암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1달간 PGA투어에 불참했던 세계랭킹 2위의 필 미켈슨. 아내에게 US오픈 트로피를 꼭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했던 미켈슨은 17번홀에서 1타를 잃으며 다시 한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US오픈에서만 이번이 5차례 준우승. 미켈슨은 그린을 떠났지만 팬들은 ‘에이미에게 신의 축복을’ ‘필에게 행운이’ 등 격려문을 써붙였다. 미켈슨은 “결과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열리는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지 않고 당분간 가족과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