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43주년] (해외경제전문가에게 듣는다) 마크W히들리 매튜스펀드 사장
입력 2003.07.31 00:00:00
수정
2003.07.31 00:00:00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경쟁력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이 사회복지에 많은 재원을 투자한다면 20년 후에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시아투자 전문 뮤추얼 펀드인 매튜스 펀드의 마크 히들리 사장은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유럽식 복제지도 논란이 자칫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과 내수가 살아나면서 한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복지 정책 보다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매튜스 펀드에서는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의 하나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인가요.
▲한국 경제는 대단히 다이내믹합니다. 한국 증시가 한국 경제의 주기적인 가치를 반영한다면, 한국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가 남아 있지만, 한국 증시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와 함께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 한국 증시가 지난 3월 이후부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봅니까.
▲한국 증시뿐 아니라 전세계 증시가 3월 이후 랠리 현상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3월 중순에 종합주가지수가 500 포인트까지 내려갔는데 그땐 이라크 전쟁이 터지고, 국제유가는 오르고 있었으며 북한 핵 문제가 확산되고 크레딧 카드 문제에 SK 글로벌 회계부정 사건까지 터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악재가 오래가지 못하고, 시장이 이를 소화해 냈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 달러까지 치솟지 않고,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로 악화되지 않고 북한 문제는 외교적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비관론이 해소되면서 개별 기업들이 경쟁력과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저평가됐고, 한국 증시도 동반 상승한 것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한국 증시가 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봅니다. 한국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기보다 느리면서도 지속적인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한국 기업의 수익이 회복되는지 여부가 관건이고, 한국 경제가 앞으로 국내와 국제적인 도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여부도 증시 랠리의 전제조건이 될 것입니다.
- 한국 경제는 공식적으로 경기침체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지금의 불황이 98년 외환 위기 때보다 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좋아진다면 한국 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봅니까.
▲ 저는 몇 달전에 한국을 다녀갔는데, 최근 (한국 정부의) 발표를 보고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IMF 위기때는 한국 경제가 아주 악화돼 있었습니다. 아시아 전체가 금융 위기의 혼돈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고, 따라서 아시아 지역을 도와줄 여유가 있었습니다. 경제 환경이 아주 불투명했지만, 한국 경제는 매우 빨리 회복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IMF 때보다는 유리한 상황입니다. 기업 파산이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고, 정부가 재벌 개혁을 단행했질 않습니까. 이번 내수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생긴 것이지만, 크레딧 카드 문제는 많이 정리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가 선언됐지만 이미 많은 부문에서 문제가 해결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여건이 남아있긴 하지만, 한국 경제는 빠른 시일내에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될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회복되겠지요. 한국은 글로벌 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볼 때 한국의 내수는 끊임없이 확대돼 왔습니다.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내수가 가미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내수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 경제는 여건이 좋습니다. 한국 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일본 경제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2~3년 앞을 내다보면 수출이 회복될 것이고, 지난 몇 년간 과열 상태였던 내수가 소화과정을 거쳐 살아날 것으로 봅니다.
- 북한 핵 문제가 다시 국제 무대에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어떻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까.
▲북한 핵 문제는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선 위기라고도 할 수 있지만 파국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종국에는 외교적인 차원에서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 정부도 약간의 유연성을 가져야 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 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핵 무기를 획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점은 핵 확산에 맞춰져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려고 하는데, 한반도에 비극적인 사태가 초래되지 않도록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 무기를 가질 경우 중동 등지로 확산될 가능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이슈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워싱턴에 대해 북한 생존의 문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는 50년 된 오랜 이슈이고, 앞으로 6~12개월 내에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북한 문제가 이라크와 다르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존재를 부정하고서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 북한 핵 문제가 한국 경제에 또다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현재로선 북한 문제가 극히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의 가장 큰 파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입니다. 북한 문제는 제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언제, 어떻게 지진이 일어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입니다.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따라서 추측 게임(guess game)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로선 북한 문제가 불거지면 한국 투자를 꺼리게 됩니다. 저의 펀드도 한반도 위기가 얼마나 높아질지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고, 해외 투자자들에겐 북한 문제가 투자 방정식에 중요 변수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 긍정적 요소입니다. 미국 등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내적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깊이 고려하지 않고, 북한 문제를 중요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 한국의 신정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노동운동에 우호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저희 펀드의 입장에서는 `관망적(wait and see) 자세`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배경으로 볼 때 노동자와 친화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할 경우 새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경제난, 북한 문제, 미국의 요구등 정상적인 상황보다 어려운 여러가지 조건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흥은행 처리를 주목합니다.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3년간 조흥은행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신정부가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반기업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외국 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사간)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기업 재산을 콘트롤할 경우 외국인들이 몹시 실망할 것이라는 점을 새 정부가 인식한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노사 문제에 어떤 절충점을 찾으리라고 봅니다.
- 최근 뉴스위크지가 `한국은 사회주의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고, 청와대 핵심간부가 유럽형 사회복지제도를 선호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럽형 복지제도가 이른 감이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사회복지는 정도의 문제입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 고용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사회보장을 해주는 것은 한국 사회발전에 기여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처럼 복잡하고 관료적으로 운영되는 사회 복지제도는 비용이 많이 들고, 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입니다. 한국 경제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 성장력이 둔화되고, 활동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경쟁력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이 사회복지에 많은 재원을 투자한다면 20년 후에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은 노동시장 안정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지만, 지금 일본에선 대학 졸업생이 일자리가 없습니다. 60대가 일자리를 갖고, 28세 젊은이가 실업자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문제는 흑백 논리로 볼 수 없고, 다만 선택의 문제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복지제도가 엄격하게 이행되는 나라에서는 기업인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습니까. 홍콩처럼 기업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경우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 노무현 정부가 2010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약속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공격적인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성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한국 경제가 다이내믹하고, 개방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이면 한국은 선진국 영역에 진입할 것으로 봅니다. 이머징 마켓 영역에서의 계획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투신 분야의 구조적이고 재정적인 문제가 남아 있지만 경제는 이미 선진국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해 있고 5~10년 후면 세계에서 부유한 나라에 포함돼 있을 것입니다.
<마크 W. 히들리는 누구>
매튜스 펀드의 창업 멤버로 창업과 동시에 홍콩으로 건너가 리젠트 펀드 매니지먼트에서 활동했으며, 93년에 샌프란스시코로 돌아와 리트먼-그레고리 컴퍼니의 국제투자담당 매니저로 활동했다. 95년에 매튜스 펀드에 다시 조인해 사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 문제가 불거질 때 CNN과 CNBC,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인터뷰 기사와 코멘트가 자주 나가는 아시아 전문 펀드 매니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 크루즈 캠퍼스에서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다.
<매튜스 펀드는>
91년 폴 매튜스와 마크 히들리가 창업한 아시아 투자 전문 뮤추얼 펀드로, 산하에 코리아 펀드, 저팬 펀드, 중국 펀드, 홍콩 펀드 6개의 펀드를 두고 있다. 코리아 펀드는 한국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에 12개월 단위 수익률이 278%, 9ㆍ11 테러 직후인 2002년에는 109%로, 미국 펀드 중 최고를 기록해 미국 언론의 각광을 받기도 했다. 올들어 7월 25일 현재 코리아펀드 수익률은 20.9%. 이 펀드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에 투자할 때
▲통화 가치 변동
▲지역 투자가 움직임
▲주식투자예탁금 추이
▲정치 변화
▲인구 구조
▲문화 변동 등을 고려한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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