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84년 구한국시대 개화의 선각자이며 근대 우편과 통신의 창시자인 홍영식 선생에 의해 우리나라에 처음 근대식 우편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언 120년. 우편요금의 납부기능이라는 본원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한국 최초의 우표는 갑신정변의 실패로 20일간의 단명에 그치고 말았다. 1895년 우편업무의 재개와 함께 태극우표ㆍ이화보통우표 등이 발행ㆍ사용되고 1900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엽서도 발행됐으나 한일합방으로 또 한번 우리의 우표역사는 굴절의 고통을 겪게 됐다.
그러나 1945년 해방과 함께 발행된 해방기념우표를 시작으로 6ㆍ25 전쟁을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우표발행의 역사는 발전을 거듭해 2002년 세계정부인쇄책임자회의에서 평판, 그라비어 요판, 특별 부문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뛰어난 디자인과 인쇄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우표는 그 나라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역사를 담고 있어 문명사적인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발행국가의 독특한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음은 물론 디자이너의 독창성, 다양하고 특이한 인쇄기술과 우표의 원지(종이)가 어우러진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우표는 한 나라의 문화를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축소예술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표수집(Philately)이란 이렇듯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우표를 사랑하면서 우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ㆍ정리ㆍ연구하는 정신적 여가활동과 체계적인 작품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이뤄가는 과정이다. 이 같은 우표수집 취미활동을 통해 첫째,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다양한 지식과 함께 우표 속에 표현된 예술적 가치를 직접 접함으로써 예술품을 보는 소양을 키울 수 있고 둘째, 수집한 우표를 분류ㆍ정리ㆍ보관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과 정리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으며 셋째,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음은 물론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미국의 32대 대통령을 역임한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는 “살아가기 위해서 공기가 필요했던 것만큼이나 우표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리고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길 만큼 우표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의 발달과 동적인 생활패턴으로의 변화로 청소년들이 정적인 취미생활인 우표수집을 멀리하고 우표수집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에 우정사업본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조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우표관련 내용을 수록하고, 학교 우취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지역별 청소년여름우표교실 및 우표문화 지도교사 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학교 우취반 활동을 통해 제작된 우표작품 등을 전시할 수 있는 지역 전시회를 지역고유의 문화행사와 연계해 매년 100여회 개최하고 있다. 아울러 향기우표, 원형 및 팔각우표, 스티커우표 등 우표수집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우표를 발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주과학ㆍ생명공학 등 무형의 소재 발굴, 월드컵 4강 기념우표와 같은 국민적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우표 발행을 통해 우표문화를 대중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정사업본부에서는 많은 국민들에게 우표문화를 소개하고 건전한 취미활동을 장려하며 어린이 및 청소년층에는 교육문화공간을 제공할 목적으로 매년 대한민국우표전시회도 개최하고 있다.
2003년 8월1일부터 8월6일까지 6일간 코엑스(COEX)에서 개최되는 2003대한민국우표전시회는 1954년 이래 매년 개최돼 금년에 46회째를 맞이하는 국내 최고의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에는 구한국시대 처음 양력을 채택하며 사용한 연호인 “건양”의 사용시기를 알 수 있는 실제사용 봉투, 러시아에서 흑사병을 막기 위해 편지봉투를 소독한 소독봉투 등 희귀자료와 세계의 음식ㆍ선박ㆍ조류ㆍ다리ㆍ축구ㆍ음악 등 다양한 테마를 주제로 세계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우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우표 119년사 코너도 설치해 관람객이 다같이 즐기면서도 우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우표전시회를 계기로 우리의 우표문화가 한층 더 성숙돼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로 발전, 옛날처럼 우표가 판매되는 첫날 이른 새벽부터 우표를 사기 위해 우체국 앞에 줄서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기를 기대해본다.
<구영보(우정사업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