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비은행 부문만 인수 할수도"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 "분리매각땐 통째 살 이유 없다"


어윤대(사진)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우리금융의 분리매각이 이뤄진다면 비은행 부문만 인수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인수합병(M&A)은 시너지가 중요하다"며 어 내정자의 '메가뱅크론'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해 우리금융 인수을 둘러싼 거대 은행들의 행보에 다시 불꽃이 튀는 양상이다. 18일 어 내정자는 기자와 만나 "우리금융 계열사를 쪼개 판다면 우리투자증권 등 비은행 부문만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하게 표현하면 사업다각화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우리은행을 인수해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 내정자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대출에서 상호 보완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우리금융의 의지가 약해서 문제지 비은행 계열사를 따로 떼어내 판다면 굳이 우리은행을 (통째로) 살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매각을 담당하고 있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아직 비은행 부문 분리매각 등 뚜렷한 민영화 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의 몸집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계열사 분리매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어 내정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의 이유로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예를 들었다. 어 내정자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를 보면 리딩뱅크로서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투자업무 등을 강화했다"며 "KB지주는 자산의 95%가 은행 쪽에 몰려 있어 투자 쪽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KB지주는 M&A용으로 약 6조원가량의 실탄을 갖고 있어 우리투자증권이나 우리아비바생명 등 우리금융의 주요 비은행 계열사를 사들일 자금은 충분하다. KB는 증권과 보험사의 덩치가 너무 작아 업계 수위인 우리투자증권이나 우리아비바생명 등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회장이 어 내정자의 행보에 견제구를 던지면서 우리금융 인수전은 한층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과 KB가 합치면 세계 50위 이내에 들어간다는 식의 발상은 시너지를 고려하지 않고 규모의 경제만 고려한 것"이라고 어 내정자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 분리매각에 부정적인 것이 걸림돌이지만 은행과 비은행을 나눠 파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며 "어 내정자나 김 회장이나 우리금융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