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독립영화 한자리

해외수상작 14편 섹션구분, 선재아트센터서'엽기'라는 말이 이 시대 코드가 됐다. 전에는 엽기라는 말이 주로 '연쇄살인범''강간범'등 반사회적인고 패륜적인 사건 사고를 언급할 때 쓰였다. 그러나 요즘은 웬만하면 다 엽기다. 기존의 정상적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엽기적'이라는 수식어를 쓴다. '엽기'(獵奇)의 사전적 의미는 '괴상하고 이상한 일이나 물건을 즐겨서 쫓아다니는 것'. 일반적이고 평범한 기표로부터의 일탈과 그 일탈 된 취향이 엽기다. 그 대표적인 것이 '엽기토끼 마시마로'. 마시마로는 토끼 모습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수동적이고 부드러운 토끼가 아니다. 곰의 음식을 겁없이 소대기도 하고 머리로 병을 깨 그 곰을 겁주기도 한다. 기존의 관념들에서 벗어난 이 일탈 된 취향이 다양한 스탈일로 나오고, 그 스타일이 억압되었던 것의 탈주의 형상으로 작동하며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균열시키며 틈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엽기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주류의 스타일에서 탈주하는 독립영화들을 '비주류 엽기영화'라 이름?고 그들을 모아 상영하는 '제27회 독립영화, 관객을 만나다'를 26일부터 28일까지 선재아트센터에서 연다. '트라우마''아나토미''카오스'등 모두 세개의 섹션으로 구성, 모두 14편의 엽기영화를 선보인다. (02)334-3166 '트라우마'는 어릴적 남은 정신적 외상을 그리고 있는 영화들을 모았다. 99년 끌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되었던 임필성 감독의 '소년기'와 2000년 함부르크국제단편영화제에 출품된 장재혁감독의 'Me.Steak'는 가족안의 공포를 그리고 있으며, 2000년 한국독립단편영화제 최우수상 수상작인 유정현감독의 '구타유발자.잠들다'와 2000년 대한민국상대전에서 수상한 임나무 감독의 '목요일 3교시'는 학생과 학생간의 관계, 학생과 선생과의 관계를 통해 학교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나토미'는 사회를 해부하는 혹은 사지절단하는 영화들의 모음이다. 김기표 감독의 애니메이션 '콜라'는 여자를 살해하려는 남자와 그에게 반항하는 여자를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정소연 감독의 '해부학시간'은 여학교 해부학 수업시간을 배경으로 하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절개하여 보여준다. 2001년 인디포럼에서 충격적인 반응을 몰고 왔던 최양현 감독의 '자살 비디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자살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그린 이 작품은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듯 하지만 자살을 조장하는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리따운 아가씨와 결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인 박경목 감독의 '그녀'또한 흥미롭다. '카오스'는 기존 관념을 뒤흔드는 영화들의 모음이다. 97년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우수작품상을 받은 김정구감독의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는 숭고한 모성을 비튼 작품. 이상훈감독의 '자웅동체의 불안'은 섹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리는 작품이며, 심용성감독의 'So This is Love'는 여성의 성징인 생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다. 윤재우감독의 애니메이션 '에누마 엘리쉬'는 매우 야심적인 작품인데, 7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영화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박종영감독의 '링반데룽'은 반복하는 카오스의 공포를 그리고 있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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