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휴대폰 케이스 후가공업체를 운영하는 Y사장은 최근 공장 가동률이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지자 폐업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주력제품이었던 휴대폰 케이스의 후가공 주문이 50% 이상 쪼그라든 탓이다. 폴더 등 일반 휴대폰의 경우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4~5개의 케이스를 사출해야 했지만 바타입은 기껏해야 1~2개만 필요할 뿐이다. Y사장은 "일체형으로 이뤄진 스마트폰의 특성상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수요자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 이상 회사를 꾸려가기가 어려워 차제에 사업을 접을까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내 휴대폰 부품사들이 거센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 관련부품을 만드는 일부 업체들만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을뿐 대부분의 업체들은 시장 재편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스 및 힌지, 키패드 등 기존 일반 휴대폰에 사용되는 부품생산업체들은 최근 매출이 절반이상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다 국내 대기업들이 이들 부품업체에 대해 단가인하 압력까지 행사하는 바람에 매출하락과 단가압박이라는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휴대폰 힌지 전문업체는 최근 2년새 전체 매출 중 폴더용 힌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가량 떨어졌다. 힌지는 폴더나 슬라이드 형태의 휴대폰에서 접히거나 굴러가는 접점을 지탱하는 부품이다. 이 업체의 사장은 앞으로 폴더형 힌지는 더이상 추가 개발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나마 아직 슬라이드 폰이 출시되는 일본에 거래선이 있어 버티는 상황이지만 이 역시 3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폴더용 힌지시장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휴대폰 부품업체 사장은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휴대폰 키패드, 케이스사출, 힌지제조 등 4~5개 휴대폰 부품 분야는 이제 사양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기존 휴대폰부품업체에 대한 대기업들의 단가인하 압력도 유례없이 커지고 있다. 국내 한 휴대폰 생산 대기업의 1차 벤더 업체는 지난해 올해 거래 대기업으로부터 12~13%의 단가를 낮추라는 요구를 받았다. 평소 매년 평균 3~4%수준의 단가인하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단가부담이 3배 이상 커진 셈이다. 더욱이 공장가동률은 지난해 여름부터 평소의 40%대로 급감한 상황이다. 회사관계자는 "대기업이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만들어 뿌리던 기획제품의 판매가 스마트폰 출시이후 시들해지면서 수익성 부담을 부품업체로 돌리고 있다"며 "생산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해 10%가 넘는 단가인하 요구를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는 "스마트폰 부품은 대부분 외산인 만큼 국내 대기업의 스마트폰 생산이 늘어나더라도 해외부품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규모에 상관없이 국내 기존 핸드폰 부품업체들은 한동안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따라 앞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거나 앞선 기술력을 가진 부품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