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8월 19일] 아트페어 지원보다 '아트'가 우선돼야

조상인 기자(문화레저부)

“서울 시내에 대규모 아트페어를 열 공간이 없으니 서울역사를 아트페어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습니다.” 신재민 문화부 제1차관이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얘기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공간 부족으로 따지자면 아트페어뿐 아니라 패기 있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참신한 전시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아트페어를 챙기기 전에 그 본질인 아트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미술품 견본시장인 아트페어는 말 그대로 미술작품을 사고 파는 곳이다. 작가들의 도전정신과 예술성을 중심에 둔 ‘비엔날레’가 있다면 ‘아트페어’는 상대적으로 상업성에 비중이 쏠린 행사다. 최근 들어 미술시장이 커지면서 아트페어가 비엔날레 못지않게 미술계의 ‘젊은 피’ 수혈을 주도한다고 하지만 국가와 공공기관까지 나서서 아트페어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신 차관도 언급한 ‘미술에 대한 기업 등 민간의 기부와 지원 활성화’가 실현된다면 아트페어 같은 상업적 미술행사는 자연히 살아나게 마련이다. 오히려 정부 부처 등 공공기구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배려를 우선해야 한다. 예술가가 상업성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예술계의 저변을 잘 다져둔 뒤에 시장 성장을 따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 뿐이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작가는 나올지 몰라도 백남준 같은 시대를 열어갈 작가의 탄생은 요원해질 일이다. 또한 예술성과 작품성만 담보된다면 시장 활성화는 자연히 뒤따른다. 작품가격이나 시장가치가 매겨질 때도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미술사적 가치이다. 문화부가 잘 팔리는 그림 못지않게 ‘안 팔리는 그림’뿐 아니라 ‘비인기 종목’인 설치미술과 뉴미디어 아트, 조각 등에 관심을 갖고 육성ㆍ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민간기구의 지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아트페어 등 상업 행사보다는 공공기관 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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