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선한 발표였다.
CJ그룹이 발표한 ''문화기업 CJ인(人)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회가 그랬다. CJ는 이 발표를 통해 금연과 절주ㆍ운동ㆍ겸허ㆍ품격ㆍ글로벌ㆍ트렌드ㆍ문화생활ㆍ리프레시 등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9가지의 덕목을 내놨다. 사옥 반경 1㎞를 사원들의 금연 구역으로 선포한 것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CJ그룹이 "이 스타일을 직원들에게 제안한 것은 이 회장이 내세운 '문화기업'슬로건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총수의 실명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런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리라.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국내 문화계 인근에서 CJ를 바라보는 관점과 분위기가 아직 '문화기업 CJ'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사례는 많지만 한가지 예만 들어 보자.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로 캐이블방송 송출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CJ헬로비전이 문화부의 올해 '콘텐츠 소싱 비용'지원 사업에 지원해 6억원도 안 되는 정부의 국고보조금을 받아갔다. 한류 확산을 촉진하는 '콘텐츠 소싱 비용'지원 사업은 올해 총예산이 3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다. 대기업에도 문을 열어놨지만 규모가 작은 국고 보조금이라는 점에서 대기업 계열사의 참여는 '설마'였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은 4월20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지원해 결국 지난 5월3일자로 선정된 5개 업체에 포함됐다. 나머지 4개 업체는 모두 중소기업들이다.
그간 CJ그룹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왔던 문화계 중소업체들은 이에 대해 "수조원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돌아갈 국고보조금을 받아갔다"며 곱지 않은 반응이다. 문화계는 외국정부와 해외 한류팬들이 "한류 확산을 위해 대기업까지 활용한다"며 반감을 갖지 않을까 우려한다. 게다가 문화부는 최근 콘텐츠 지원 재원이 바닥나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을 가정에 비유한다면 그룹 총수는 그룹의 가장(家長)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기업 CJ인(人) 라이프스타일'은 가장이 자녀에게 내놓은 가훈(家訓)같은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자녀가 행동이 단정하지 못하면 가장의 책임이다. 이 회장의 행보에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문화예술계는 지금 CJ그룹과 임직원들의 앞뒤 다른 모습이 아닌 진정한 멋ㆍ품(品)ㆍ격(格)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