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발전당진 '헐값 매각'에 유동성 문제… 2,000여개 협력회사·투자자 피해 불가피

■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
동부 "채권단 빚 확보만 급급… 제 값 받았으면 해결" 주장
산은 "회사살리기 노력 부족, 결국 대주주의 책임" 반박
반도체·제철 부문 포기 이어 그룹 모태 건설도 접을 판
금융·전자로 사업 축소될 듯



동부건설이 세밑인 31일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행을 택하면서 가뜩이나 불투명한 새해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해외 공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손실과 일감 부족, 부동산경기 침체로 지난 2년간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건설업계는 신년 벽두부터 대형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악재에 맞닥뜨리게 됐다.

또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동부그룹은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전자·농업 분야로의 사업구조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김준기 회장의 숙원이던 반도체 사업과 제철 사업을 포기한 데 이어 그룹의 모태격인 건설업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동부는 동부특수강 등 제철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동부하이텍과 동부로봇 등 정보기술(IT)·반도체 계열사도 팔았거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어떤 회사인가=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건설 계열사로 2014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25위 회사다. 지난 1969년 미륭건설로 출발해 중동 붐을 타고 성장세를 거듭했으며 1989년 지금의 '동부건설'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용산구 이촌동 등 요지에서 '센트레빌' 브랜드의 아파트를 선보이며 외형을 키워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김포·인천·용산 등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적체되며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2013년 9월에는 동자동 오피스빌딩 지분을 매각해 2,928억원을 확보했으며 5월 자회사인 동부익스프레스를 1,539억원에 매각했다. 또 10월에는 동부발전당진(지분 60%) 매각에 성공해 2,010억원을 조달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부동산과 지분을 처분해 필요 자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최근 운영자금 부족으로 산업은행에 요청한 추가 자금지원이 거절당하고 또 채권단 자율협약(워크아웃) 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법정관리행의 직접적 원인은 동부발전당진이 당초 예상했던 4,000억~5,000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2,010억원에 팔리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 당초 동부 측은 동부발전당진 매각으로 EPC(건설·조달·시공) 계약까지 포함해 5,000억여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봤지만 산은이 동부제철+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딜을 추진하면서 계획이 어긋났다. 결국 포스코와의 패키지딜 실패 이후 공개경쟁입찰 결과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SK가스에 팔렸다.

◇꼬리 자르기 vs 채권단 탐욕의 희생양=동부그룹 측은 동부건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판에 동부익스프레스 주식 콜옵션 위임을 제안했지만 거절된 데 이어 투자자와 협력사 보호를 위해 신청한 워크아웃마저 거부당하는 등 채권단인 산은이 동부의 노력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인천제철소와의 패키지딜을 고집하는 바람에 자금확보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헐값 매각됨에 따라 회사 자금사정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동부 관계자는 "산은이 동부발전당진을 담보로 대여한 1,980억원의 브리지론을 확보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발전소 매각으로 동부건설에 유입된 자금은 30억원에 불과했다"며 "동부당진발전만 제값을 받고 매각했으면 동부건설 유동성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산은 측은 대주주의 책임이 수반되지 않는 지원은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주주와 계열사 지원의 대안으로 제시한 동부익스프레스 우선매수권의 경우 매각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오는 2017년에야 실현 가능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정관리는 어디까지나 적극적으로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이 없었던 대주주 책임이라는 것이다.

◇투자자·협력업체 피해 불가피=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부건설의 상거래채권을 가진 2,000여개 협력업체와 개인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동부건설 협력업체의 상거래 채권 규모는 3,179억원, 개인 회사채 투자자는 227억원에 달한다.

또한 동부건설이 맡은 52개 공공공사와 7개 민간공사의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손실을 보는 공사의 경우 법정관리 회사에서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때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공기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이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짓고 있는 '김포풍무 푸르지오 센트레빌'의 경우 대우건설과 공동 수행하는 공사라 준공이 다소 지연될 수 있으나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동부그룹 계열사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산은 측도 "동부그룹 자율협약에 이번 법정관리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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