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보다 선배인 코치 3명이나 2년간 부진 오승환에 파격 대우 IT전문가 金사장도 야구는 초보
입력 2011.11.01 17:19:29수정
2011.11.01 17:19:29
지난 2004년 말 삼성 라이온즈가 심정수와 최대 60억원, 박진만과 최대 39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4년 계약을 하자 야구계가 들끓었다. 삼성이 이들을 포함해 FA 3명을 잡는 데 쓴 돈은 무려 166억6,000만원. 웬만한 구단의 연간 운영비보다 많았다. 이로 인해 타 구단 팬들에게 '돈성'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 뒤. 2011시즌 프로야구 통합 챔피언 삼성을 '돈성'이라 깎아내리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의 올 시즌 팀 연봉 총액은 33억2,600만원. 8개 구단 중 6위다. 2~6위 간 격차가 촘촘하기는 하지만 1위인 SK(46억9,400만원)와는 13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삼성은 외부 영입보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지면서 남는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프랜차이즈 스타가 많아지면서 골수 팬도 늘었다.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5년 전 24만7,787명이었던 홈 관중은 50만8,61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선배님들 코치로 모신 감독님=팀 연봉 6위가 일으킨 유쾌한 반란은 평소 덕아웃 분위기에서부터 예상 가능했다. 삼성에는 '초보 사령탑' 류중일(48) 감독보다 선배인 코치가 3명이나 됐다. 장태수 수석코치는 류 감독보다 여섯 살이나 많다. '파격 인사'에 걱정은 당연했지만 불통은 없었다.
류 감독은 경기 전 배트를 들고 그라운드로 나와 코치진ㆍ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코치 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다만 코치 때보다 말이 많아졌다. 팀 운영에 대해 '선배 코치'들과 끊임없이 묻고 답했고 베테랑 코치들은 그런 '후배 감독'을 깍듯이 대했다.
◇오승환이 부활할 수 있었던 이유=올 시즌을 앞두고 오승환(29)의 연봉은 2억4,000만원으로 깎였다. 하지만 삭감액은 고작 2,000만원이었다. 지난 시즌 부상 탓에 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던 오승환이라 2,000만원 삭감은 삭감도 아니었다. 삼성은 앞선 2009시즌에도 어깨 부상 탓에 19세이브 평균자책점 4.83으로 기대에 못 미쳤던 오승환의 이듬해 연봉을 동결해줬다. 프랜차이즈 넘버원 소방수에 대한 예우 차원이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도 확고했다.
자존심을 세워준 구단의 파격 대우에 오승환은 훌훌 털고 일어났다. 올 시즌 47세이브를 올렸고 한국시리즈 3세이브로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삼성 스포츠단만의 자랑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먹고 자며 재활에만 매달린 덕도 컸다. 경기 용인에 자리한 STC는 오로지 삼성 스포츠단 구성원만을 위해 존재하는 재활 전문 시설이다. 한 시즌 133경기의 대장정이라 부상 방지와 치료가 생명인 프로야구에서 타 구단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시설이다.
◇IT 전문가에서 야구 마니아 된 사장님=류 감독처럼 김인(62) 사장도 초보였다. 삼성SDS 사장으로 일하다 올 시즌 야구단을 처음 맡았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대구구장을 대표하는 노래부터 지정했다. '대구 찬가'로 잘 알려진 패티 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을 빠른 템포로 작업하도록 했다. 후렴구 '대구는 내 고향'이 정겨운 대구 찬가는 이제는 대구구장을 찾는 누구나 따라 부르는 삼성 응원가가 됐다.
김 사장은 올 시즌 삼성의 홈ㆍ원정 경기 전부를 직접 관전했다. 자연스럽게 야구 보는 눈이 높아졌지만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 현장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 사장은 고 장효조 2군 감독을 추모하는 패치 부착을 제안했다. 선수들은 '타격 전설'의 영혼을 왼쪽 가슴에 품고 통산 5번째 우승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