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시다발 테러] 국제 금융시장 전망은…

테러에 내성…충격 길지 않을듯
국제자본, 金등 안전자산으로 이동 조짐

뉴욕 증권거래소도 경계령 런던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미국이 주요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7일(현지시간) 뉴욕시 경찰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무장한 채 경계를 서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불안확산땐 이머징마켓 자금 이탈 할수도 런던 테러로 국제금융시장이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2001년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9ㆍ11테러’ 후 약 4년 만에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이고 있는 것.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시점에, 유럽 금융시장 중심부인 런던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난 2004년 3월11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폭파사건 보다 금융시장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테러 발생 직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한 반면 투자 자금이 안전투자처로 몰려들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채와 금 가격은 급등했다. 이러한 급작스런 리스크 회피 현상은 특히 이머징 마켓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 동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은 기꺼이 리스크를 부담하며 이머징 마켓에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리스크 요인이 부각될 경우 상황은 급반전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9ㆍ11테러 때와 현재의 금융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크고 작은 테러 공격과 이라크 전쟁을 통해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이번 테러 공격으로 여전히 ‘구멍’이 있음이 드러났지만,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 테러 대비 능력이 강화됐다는 점도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시장 패닉= 사고 직후 불안심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합리적 사고는 사리지고 리스크를 회피해야 된다는 무의식적(knee-jerk) 반응만이 시장을 움직였다. 유럽 주식시장은 테러 직후 최대 4% 이상 빠지는 곳이 많았고 미국 주식시장도 하락했다. 테러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보험사 주식과 여행객 급감에 대한 우려 항공사 주식이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미 10년 물 국채 수익률은 한 때 지난 해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인 0.14% 하락했고 2년물 역시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인 0.14%나 떨어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며 국제 금 가격의 상승도 두드러졌다. 국제 유가의 경우 테러 불안에 따른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며 한 때 57.2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9ㆍ11 당시에도 같은 상황이 나타났다. 이날 테러 공격 직전까지만 해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사상 처음으로 배럴 당 62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장의 불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환시장에선 영국 파운드화와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에 대해서도 유사한 테러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으로 엔ㆍ달러 환율은 전일 112.17엔에서 111.79엔으로 떨어졌다. 소시에테 제너럴의 외환전략가 닐 크리슨은 “테러 불안 시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단기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 자금 이탈 가능성=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이머징 마켓 증권펀드에 32억5,000만달러가 유입됐으며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 역시 35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러한 규모의 채권 펀드 유입 자금은 이미 지난 해 전체 유입액의 7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머징 국가나 기업들이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수요도 지속되며 미 국채와의 가산금리(스프래드)는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낮게 유지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리스크 회피에 대한 인식보다 수익 추구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컸던 심리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요인이 다시 부각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며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투자 펀드들은 이머징 마켓에서부터 자금을 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로 미국과 이머징 국가들간 금리가 역전되고 있고 고유가 현상으로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 타격이 우려되면서 이들 국가들에 대한 투자자금이 빠져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머징 국가들의 외화표시채권에서 급격하게 자금이 빠져 나갈 경우 이를 발행한 국가나 기업들은 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채권 차환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JP모건의 이머징 채권 담당 관계자는 “시장에 다시 리스크란 단어가 확산될 경우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이머징 마켓”이라며 “이머징 국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9.11 때와는 다르다 시각도= 무엇보다 공격 규모와 이에 따른 피해 규모가 당시와 다르다는 점이 이러한 분석을 낳고 있다. 이번 공격도 금융가 근처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뉴욕 금융중심지인 세계무역센터(WTC)의 붕괴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 도이체 방크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루이스는 “이번 테러는 분명히 지난 9ㆍ11테러보다 규모가 작다”며 “시장은 단기 불안에서 조만간 해소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금융시장에 테러 내성이 생겼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낳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11일은 금융시장에 사실상 처음으로 ‘테러 불안’이란 용어를 태동 시켰다. 이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도 느릴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불안감이 ‘막연한’ 만큼 분명한 대응책도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시장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고 보다 냉정하게 향후 리스크 요인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춘 상태다. JP 모건의 마크 스펜서는 “현재 시장의 분위기는 앞으로 또 다른 테러가 발생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상태”라며 “앞으로 한달 가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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